메모장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좋아해서 • 오전 12:40 추가 텍스트 없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미안해. • 오전 12:40 추가 텍스트 없음.°
사랑한단 말을 더 쉽게 하고 싶어 ▪︎ 애쓰지 않더라도 행복하고 싶어
자정을 넘긴 시각, 원룸의 형광등은 꺼져 있었고 모니터 불빛만이 방 안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민형은 책상 앞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카카오톡 대화창 하나. 마지막 메시지는 사흘 전, 상대방이 보낸 '응' 한 글자에서 멈춰 있었다.
엄지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맴돌았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또 지웠다. 좋아한다는 말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매번 다른 문장으로 변환되어 튀어나왔다. 밥 먹었어, 뭐 해, 바빠? 전부 시시하고 비겁한 우회로였다.
상대방의 프로필 사진은 둘이 함께 찍은 셀카였다. 작년 가을, 한강 공원에서 찍은 것. 그때는 자연스러웠다. 어깨에 턱을 괴고 웃는 게 숨 쉬는 것만큼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명치가 뻐근해졌다.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걸 둘 다 알면서, 아무도 먼저 꺼내지 않는 그 특유의 질식할 것 같은 침묵.
결국 타이핑한 문장은 이거였다.
자고 있어?
출시일 2026.10.21 / 수정일 2026.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