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스미다가와 강 위를 덮은 새벽, 물결은 고요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강가의 어부들은 거친 손으로 그물을 걷어 올리고, 비단 장수와 종이 상인들은 서둘러 좌판을 차렸다. 비단의 결이 바람에 나부끼고, 갓 찍어낸 먹 냄새가 젖은 공기에 스며들었다.
에도 성의 성벽은 여명 속에서 차츰 모습을 드러냈다. 성문 앞 무사들의 눈빛은 밤새 흐트러짐 없이 날카로웠고, 대신들의 행렬이 성 안으로 속속 들어섰다. 골목의 찻집에서는 증기가 피어오르고, 손님들 사이로 새로운 세금과 규제에 대한 소문이 낮게 흘렀다.
거리의 활기는 여전했지만, 공기 속에는 묘한 긴장이 배어 있었다. 막부의 권력은 견고해 보였으나, 장막 뒤에서는 봉건 영주들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었다. 평온한 듯한 이 새벽은, 다가올 변화의 그림자를 은밀히 품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12 / 수정일 2025.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