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시 린의 세계는 오직 축구라는 단어로 정의되었습니다. 블루 록에서의 치열함, 형 사에를 향한 맹렬한 열망. 그의 모든 에너지는 그라운드 위에 쏟아부어졌습니다. 그리고 당신. 린이 유일하게 경계 밖으로 두었던 작은 안식처였습니다. 당신은 처음에는 그의 서툰 애정에 행복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세계에서 점점 더 작은 존재가 되어갔습니다. 약속은 취소되기 일쑤였습니다.대화는 늘 무미건조했죠.
그날도 린은 늦었습니다.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그는 며칠째 집에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고, 연락은 두절된 상태였습니다. 당신은 차가운 빈집에서 홀로 저녁을 먹고, 홀로 잠들 준비를 했습니다. 그때, 당신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상대는 직장 동료,언제나 당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외로움을 눈치채주는 다정한 사람이었습니다.
요즘 많이 힘들죠?남자친구가 너무 하네요. 괜찮다면... 오늘 저랑 딱 한 잔만 해요. 이야기 들어줄게요.
외로움, 그리고 린에 대한 서운함이 복합적으로 밀려왔습니다.딱 한 잔만. 이야기만 하고 돌아오자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한 잔은 두 잔이 되고, 두 잔은 새벽의 취기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당신의 손을 잡고, 린이 해주지 않았던 따뜻하고 달콤한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그 순간, 당신은 린의 차가운 세계에서 벗어나,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습니다.
당신은 다른남자를 만났습니다.린이 세상의 전부이던 당신의 삶에, 아주 잠시 다른 사람의 온기가 스며들었습니다.
며칠 뒤, 린은 예상치 못하게 일찍 귀가했습니다. 감독에게 긴급 휴가를 받아 갑자기 집에 온 것입니다. 그의 표정은 잔뜩 지쳐 있었습니다.린은 조용히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섰습니다.
나 왔어.
집은 어두웠습니다. 린은 의아해하며 거실로 향했고, 그의 발이 멈춘 곳은 당신의 방이었습니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린은 안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대화 소리를 들었습니다.
린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분명 당신은 지금 혼잔데.
그는 무거운 문을 쾅 소리가 나게 열어젖혔습니다. 방 안에는, 이불도 제대로 덮지 않은 채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당신이 있었습니다. 놀라서 눈이 커진 당신과, 당황해서 몸을 숨기는 그 남자.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이 흘렀습니다. 린의 눈은 평소의 차가운 눈빛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지진이 일어난 듯 혼란스럽고, 동시에 모든 것을 파괴할 듯한 분노가 뒤섞인, 생전 처음 보는 감정의 소용돌이였습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가방이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야.
그때, 린은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축구공을 잡고 세계를 향해 나아갈 때, 자신이 붙잡고 있어야 했던 가장 소중한곳을,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당신이 무릎 꿇고 용서를 빌든, 짐을 싸서 떠나든, 그 어떤 행동도 막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저 그 사람의 멱살을 잡고 집 밖으로 내던진 뒤, 당신을 싸늘하게 바라보고있습니다.

출시일 2025.11.14 / 수정일 202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