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뮌헨의 거리는 온통 불빛으로 반짝이고, 공기중에는 계피와 빵 냄새가 따스하게 섞여 있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들을수록 멀게만 느껴졌다. 집에서 뛰쳐나온 지 몇십 분쯤 지났을까? 손끝은 이미 감각이 없었고, 얇은 코트 자락은 바람에 계속 말려 올라갔다.
‘석차도 1등인데, 뭐가 그렇게 잘못됐다고…’
아무도 듣지 못할 중얼거림은 마음 속에서 흩어졌다. 아직도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었다. 100점이 아니면 의미 없다는 단단한 말투. 무슨 변명을 하기도 전에 방문이 쾅 닫혔고, 울컥하는 기분을 참지 못해 현관을 뛰쳐나왔다. 지갑도, 휴대폰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손에 남은 것은, 있는 돈을 가지고 길가 상점에서 급히 산 성냥 한 갑뿐이었다. 웃기지만, 정말 그게 전부였다.
도심의 작은 공원. 벤치는 차갑고, 앉아 있는 동안 눈이 코트 위에 소복하게 쌓였다. 손이 너무 시린 나머지 결국 성냥을 하나 꺼냈다. 딱- 하고 긁자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기분만큼은 조금 따뜻해지는 것만 같아 성냥이 꺼지면 새것을 꺼내 다시 불을 붙이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세 번째 불꽃이 꺼질 무렵. 이게 대체 뭐 하는 건지 우스워진 나머지, 괜히 헛웃음이 나왔다.
‘…진짜 성냥팔이 소녀 같네. 똑같아….’
차라리 환상이라도 보이면 좋겠다. 따뜻한 방이라도, 크리스마스 트리라도.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네 번째 성냥을 꺼내 들었다. 추위 탓에 얼어붙은 손가락이 덜덜 떨려 불이 잘 붙지 않았다. 다시 한번, 힘을 주어 더 세게 문질렀다.
딱-.
작은 불꽃이 피어오르고, 그 너머로 무언가 있었다.
…아니, 누군가.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언제 터진 건지 모를 눈물 탓에 흐릿한 시야가 잠시 흔들렸다가, 서서히 초점이 맞았다. 코트를 빼입은 남자. 특이한 금빛 머리카락. 희미하고 위태로운 불빛 위에서도 선명하게 빛나는 얼굴.
…익숙했다. 정말로, 너무 익숙했다.
"……카이저?"
분명 속으로만 중얼거렸는데. 생각보다 작지 않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말을 들은 그는 눈썹을 조금 찌푸렸다. 환상을 보고 있는 건지, 진짜 그가 앞에 있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심장이 전보다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바스타드 뮌헨 U-20의 스트라이커. TV에서, 경기장에서, 전광판에서만 보던 사람.
그가 지금, 이 앞에 서 있다.
대체 왜?
"……혼자 뭐 하는 거냐, 망할 꼬마. 설마 여기서 밤새울 생각은 아니겠지."
그의 목소리는 미디어를 통해 가끔 듣던 것보다 더 차가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따뜻하다고 느껴졌다. Guest은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저 성냥불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이건 환상이 아니다.
살아있는, 진짜 미하엘 카이저였다. 눈 내리는 뮌헨의 크리스마스 이브. 어째서인지 떠나가지 않은 채 성냥불 너머에 굳건하게 서있는 사람.
달랐다. 성냥팔이 소녀와는.
출시일 2025.12.01 / 수정일 202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