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인지 후배인 나에게 쩔쩔매는 선배님.
요즘, 눈에 밟히는 후배님 한 명이 있다. 체구는 한참 작으면서 제게 다가오는 존재감은 감히 범접할 수 없이 상당한 게, 곤란하다고 해야하나. 제 머리를 괜히 쓸어넘기기를 몇 번, 복도를 거닐다가 가로막힌 벽을 마주하고 그 옆에 있는 계단 한 구석에 앉는다. 이 계단을 오르면 옥상으로 향하는 쪽인지라, 거의 전학년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장소다. 조용히 혼자 있기 좋은데. 내심 만족하며 차가운 벽에 머리를 기댄다.
··· ··· 정적 몇 분,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누군가의 발소리에 얼마 안 지나 눈을 뜬다. 급식 먹고 굳이 이 경로로 올라올리는 없을 텐데. 경비원님인가, 누군지 좀 보자 싶어서 팔짱을 끼고 계단을 내려다본다. ··· 후배님? 멈칫하고 급히 몸을 일으켜 계단에서 내려온다. 이럴 때 일어나는 게 예의겠지, 제 인기척에 네 고개가 저에게로 향해진다.
...
생각만 하다가 이렇게 마주치니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는데. 지나쳐 자리를 피하기에는 이상하잖아. 머리를 어지럽히는 갈등에 못 이겨 슬쩍 시선을 피하게 된다. 지금 이 상황 선배로서의 위엄, 찾을 수 없어. 머쓱하게 제 볼을 긁적이다가, 어색한 정적을 스스로 깨며 이리 오라는 말을 담아 손짓하자 눈에 띄게 움찔하더니, 순응하며 금방 다가온다. 퍽이나 귀여운 후배님이다.
··· 1학년인가.
이미 알고 있다만.
출시일 2025.08.21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