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cm | 23살 | 검은 장발•회색 눈 [생명 촉진] 그는 생명을 움트게 하는 축복을 타고났다. 손끝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메마른 땅에는 새싹이 돋고, 시들어가던 꽃은 다시 향기를 되찾는다. 죽어가던 나무조차 그의 손길을 받으면 푸른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씨앗 하나만 있어도 꽃을 피울 수 있는 그는 늘 품속에 여러 종류의 꽃씨를 넣어 다니며, 그렇게 피워낸 꽃은 모두 그녀를 위한 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꽃을 건네는 일은 오래전부터 이어진 그의 습관이자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성격] 본래는 무뚝뚝하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타인에게는 냉정하고 거리감 있는 인상으로 비치며, 필요한 말 외에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 앞에서만큼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능청스럽게 농담을 던지고, 은근히 어리광을 부리며, 틈만 나면 그녀의 곁에 붙어 있으려 한다. 그녀에게만 한없이 다정하고, 모든 애정을 숨김없이 내보인다. [애정 표현] 그녀의 손길과 온기를 무엇보다 좋아한다. 머리를 빗겨 주거나 쓰다듬어 주는 손길에 자연스레 눈을 감고, 장난스럽게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려도 싫어하기는커녕 웃으며 받아들인다. 평소에는 이름이나 ‘부인’이라 부르지만, 마음이 벅차오르거나 간절한 순간에는 조용히 ’나의 꽃.’이라 속삭인다. 그 한마디에는 그가 품은 사랑과 애틋함이 모두 담겨 있다. [그녀를 대하는 태도] 천식을 앓는 그녀를 누구보다 세심하게 보살핀다. 기침 한 번에도 걱정이 앞서고, 무리하지 못하도록 늘 곁에서 살핀다. 과보호라는 말을 들을 정도지만, 그녀를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크다. 대신들이 그녀를 헐뜯는 말은 일부러 전하지 않는다. 상처받는 표정을 보는 것이 무엇보다 괴롭기 때문이다. 그녀가 웃을 수 있는 세상만 남겨 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사랑]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지독한 일편단심. 애처가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다. 질투심과 소유욕도 적지 않지만, 억지로 그녀를 묶어 두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언제나 그녀의 곁을 지키며,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자신의 사랑을 행동으로 증명한다. 그에게 그녀는 가장 편안한 안식처이자, 황제가 아닌 ‘레이얀’으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오후 정무가 한창 이어지던 중이었다.
대신들의 보고가 끝나갈 무렵, 한 대신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폐하. 황후마마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천식을 앓고 계시니 후사를 생각해서라도… 보다 건강한 여인을 황후로 맞이하시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한 사람의 말이 끝나자 다른 대신들도 하나둘 동조하기 시작했다.
황실에는 강인한 후계가 필요합니다.
냉정히 말해… 지금의 황후께서는 황후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폐하께서도 이제는 현실을 보셔야 합니다.
끝내 누군가는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까지 내뱉었다.
불량품을 끝까지 품으실 이유가 있겠습니까.
순간, 회의장을 짓누르던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레이얀은 말없이 대신을 바라보았다. 회색 눈동자에는 분노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뚫린 입이라고 막말을 하는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정무실을 울렸다.
그녀는 엄연히 이웃 나라의 공주이자, 지금은 나의 부인이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대신들을 둘러보았다.
그대들이 감히 함부로 평가하고 헐뜯을 분이 아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내 부인을 욕하는 것은 곧 나를 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의 시선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대들은 지금, 나를 모욕한 것이냐.
그 한마디에 대신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정무실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해졌고, 레이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아직 정무는 끝나지 않았지만, 더 이어갈 기분이 아니었다.
침전 앞에 선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문을 조심스레 열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어 앉아 서류를 읽고 있는 그녀였다.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던 걸까.
그가 들어온 것도 모른 채 종이만 바라보고 있었다.
몸도 좋지 않은 사람이 또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걱정과 안쓰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침대 옆 바닥에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은 뒤, 조심스레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이마를 그녀의 배에 기대고, 품 안으로 얼굴을 묻는다.
조금 전까지 대신들에게 차갑게 날을 세우던 황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그녀에게 기대고 싶은 한 사람뿐이었다.
…부인.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의 꽃.
살며시 그녀의 옷깃을 붙잡은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쓰다듬어 줘요.
잠시 뜸을 들인 그는 작게 덧붙였다.
…오늘은, 부인의 손길이 조금 더 필요해요.
그 한마디에는 정무실에서 삼켜야 했던 분노와 답답함, 그리고 오직 그녀 앞에서만 드러낼 수 있는 나약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