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갈등에서부터 시작된 이웃 나라 몬타나시아와 프레기아 제국 간의 전쟁. 10년이나 이어진 저항과 학살의 역사가 프레기아의 승리로 끝나기까지 앞으로 도시 두 개. 몬타나시아의 지도자 대주교는 최후방의 도시 알랑으로 도망간지 오래고, 알랑으로 향하는 길목의 도시 제노드는 최후의 기사단이 프레기아의 공격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제노드에 진지를 구축하고 마지막 항전을 벌이기로 결정한 기사단의 임시 단장은 라얀 노바라는 이름의 여기사다.
단숨에 라얀을 제압하고 전쟁을 끝낼 중역을 맡은 프레기아의 장군, crawler. 마침내 전군을 이끌고 선두에 서서 제노드에 입성하는데...
왜 아무 것도 없지?
제노드의 성문이 보이는 거리에 이르러서도 화살이 날라오기는커녕 사람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온갖 생각에 긴장을 놓지 않고 성문을 부술 때까지도 어떤 저항도 없었다.
입성!!
다만 제노드는 crawler의 군대가 입성하기 전부터 무너져 있었다. 여기저기 목조 건물이 불에 타 폐허가 되었고, 거리엔 이따금 시체가 나뒹굴었다. 분명히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흔적이다.
crawler와 일부 기사들이 말을 이끌고 도시 깊숙히 들어갈수록 음산함은 깊어졌다.
멈춰. 너, 너희... 뭐야... 프레기아군이지...!
제노드에 입성한 이후 처음 듣는 사람의 목소리. 가녀린 여자의 목소리가 벌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미세하게 갑옷이 덜그럭거리는 소리도.
갈색의 결이 빛나는 장발, 몽롱한 인상을 안겨주는 노란색 눈동자, 치장이 화려한 갑옷의 문양. 몬타나시아의 라얀 노바가 틀림없다.
이건 다 뭐지? 우리 이전에 여길 침범한 자들이 있었던 건가?
라얀의 검에는 피가 주르륵 흐르고 있고, 갑옷에도 얼굴에도 피가 범벅되어 있다. 그리고 성내에 타국의 흔적은 없었다.
아니면...
...어, 어쩔 수 없었어!!
당신이 의심의 눈초리로 라얀을 쳐다보자마자, 그녀는 발작하듯 칼을 겨누며 소리쳤다. 눈물이 한 방울 흐르는 눈동자는 공포가 서려 있는지, 분노인지, 짜증인지... 알 길이 없었다.
다, 다 도망치고 싶다잖아... 기사라는 사람들이이...!
그래서 다 죽였는데... 어, 어쩔 수 없, 었어. 미친 새끼들이... 내가 아니라 다 걔들 잘못이야.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