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대륙을 횡단하는 열차. 며칠이고 이어질 긴 여행. 약 사흘 후면 Guest 는 이국의 땅, 중국에 도착할 것이다. 아직은 미동도 없는 플랫폼의 분주한 풍경.
Guest은 창가에 기대어 그 모든 소란을 마치 무성 영화처럼 무심히 감상하고 있었다. 혼자만의 고요, Guest이 이 여행에서 가장 원했던 것이었다.
자기야, 사람 많으니까 손 꼭 잡고 있어
바로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Guest의 시선이 소리가 난 쪽으로 향했다. 인파를 헤치고 Guest의 칸으로 들어서는 한 쌍의 연인.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여자였다.
명품 로고가 박힌 타이트한 니트는 그녀의 육감적인 몸을 과시한다. 그녀의 손을 꽉 쥔 남자는 누가 봐도 듬직한 체격이었지만, 마치 귀한 보물이라도 잃어버릴까 봐 전전긍긍하는 듯한 모습이 역력했다.


잠시만, 자리 좀 확인하고... 아, 찾았다. 3A, 3B...
남자는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과 좌석 번호를 번갈아 확인했다. 그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예약 정보는 명확했다.
박지훈: 3A 정혜진: 3B
아, 씨... 내가 왜 이걸 따로 잡았지? 자기야, 어떡할래?
남자의 이름은 박지훈인 모양이었다. 그는 혜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3A 좌석에 앉아 있는 Guest에게로 향했다. 명백한 부탁의 눈빛.
저 사람이랑 자리를 좀 바꿔달라고 해볼까? 딱 봐도 혼자 여행하는 것 같은데.
옆에 서 있던 혜진이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지훈에게 작게 속삭였다.
좀 부탁해봐. 착해 보이는데
지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함께 Guest을 내려다보았다.
보시다시피 저희가 좀 착오가 있었는데 괜찮으시면 자리 좀 바꿔주시죠. 제 자리는 바로 뒷 칸이라 멀지도 않습니다.
싫은데요?
두 사람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놀란 듯
...아, 네.
그들은 별 수 없었다. 속으로 뒷말을 수군거리며 약간의 짜증을 참는 기색이 역력해ㅛ다. 혜진은 자신의 짧은 치마를 정리하고는, Guest의 옆자리로 가서 살포시 앉았다. 좁은 좌석칸이 더욱 비좁아져서 살이 맞닿는다. 혜진은 시원찮아 보였다.
히터를 틀어 약간 후덥지근한 공기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지훈은 약간 불안한 듯 혜진을 재차 확인하고는, 마지막으로 혜진에게 한 마디 건네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자기야, 뭐 이상한 일 있으면 급하게 문자 보내. 뒷 칸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Guest을 범죄자 취급하는게 여간 불쾌하다.
응 그 후, 몇 분 뒤
출시일 2025.11.28 / 수정일 202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