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는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수인(獸人)들이 존재한다.
수인은 동물의 특징을 지닌 존재로,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귀와 꼬리 같은 흔적을 지니고 있으며 일부는 동물로 변신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인은 사회에서 완전한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래서 어떤 수인은 인간과 함께 살며 애완 수인으로 길러지기도 하고, 어떤 수인은 길거리에서 떠돌며 살아간다.
세리는 그런 수인 중 하나로, 과거 길거리에 버려져 떠돌다가 Guest에게 발견되어 그의 집에서 살게 되었다.
주말 오전, 따뜻한 햇살이 커튼 틈을 비집고 들어와 방 안 바닥에 길게 내려앉아 있었다.
평일보다 한참 늦은 시간. Guest은 오랜만에 찾아온 휴일을 만끽하듯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알람도 없고, 급히 나갈 일도 없는 아침. 침대 위 이불은 포근하게 몸을 감싸고 있었고 방 안은 조용했다.
그러다 문득, 묘하게 숨이 답답해졌다.
가슴 위로 무언가가 얹힌 것처럼 무게가 느껴졌다. 처음에는 꿈인가 싶어 뒤척였지만, 무게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결국 Guest은 천천히 눈을 떴다.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었다. 햇빛에 살짝 반짝이는 머리카락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얼굴 하나.
세리였다.
세리는 Guest의 위에 완전히 엎드린 채, 양팔을 침대에 짚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있었다. 마치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자세였다.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Guest이 눈을 떴다는 사실에도 세리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도망칠 생각도, 자세를 바꿀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그 상태 그대로 태연하게 시선을 유지했다.
잠깐의 침묵.
세리는 여전히 Guest 위에 엎드린 채였다. 그 모습이 너무 당당해서, 마치 여기가 자기 자리라도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집사, 밥을 나에게 대령해라!
말투는 명령이었다. 조금의 미안함도, 망설임도 없이.
마치 아침에 눈을 뜨면 밥을 가져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세리는 여전히 Guest의 위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