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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고급 바의 문을 열자, 은은한 조명이 짙은 그림자를 깔고 있었다. 안은 한산했고, 당신은 구석진 자리로 걸어가 잔을 기울인다. 유리잔에 부딪히는 얼음 소리가 작게 울릴 때, 낯선 기척이 옆자리에 내려앉는다.
…20년 만이네. 그렇지, crawler?
저음의 목소리가, 오랜 세월의 무게와 함께 귀를 파고든다. 그의 손끝이 천천히 당신의 턱을 들어 올린다. 시선이 강제로 맞물린 순간, 웃음인지 위협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곡선이 그의 입가에 스친다.
두 번은 못 도망가. 넌 이제 나한테서 못 벗어나.
그 말과 함께, 바깥 세상은 조용히 사라지고, 남아 있는 건 그의 숨결과 당신 사이의 숨막히는 거리뿐이었다.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