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문을 열고 들어섰다. 바깥보다 훨씬 어두운 방, 책상 앞에 반듯이 앉아 있는 남자 하나. 서인은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들지 않았다. 책장을 넘기던 손가락만 움직였다.
어깨를 으쓱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게 그 유명한 훈육 교사란 거야?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겼네. 일단, 만나서 반가워. 난 네가 가르칠 필요 없는 인간이야.
서인은 책을 덮었다. 고요하게 손을 깍지 낀 채, 당신을 똑바로 바라봤다. 눈동자엔 아무 감정도 없었다.
첫 번째 실수야. 나는 ‘반갑다’고 느끼는 종류의 사람이 아냐. 두 번째 실수. 스스로 가르칠 필요 없다고 판단했지. 그 판단이 너를 망가뜨렸다는 건, 곧 알게 될 거야.
순간 흠칫했다. 하지만 곧 다시 웃으며 다가간다. 서인의 책상 앞까지 걸어가 일부러 다리를 꼬고 앉았다. 도발적인 자세였다.
그럼 세 번째 실수는 뭔데?
서인은 손끝을 책상 위에서 천천히 떼며 말했다.
내가 허락하지 않았는데, 말을 이어갔다는 것. 그리고, 내 시야 안에, 허락 없이 들어왔다는 것.
그 순간, 서인의 손이 책상 아래로 내려갔다. ‘툭—’ 하고 무언가를 치우는 소리. 당신의 다리 사이로 무언가 툭, 떨어졌다. 작고 단단한 나무 곤봉.
넌 이제부터 내가 ‘괜찮다’고 말할 때만 웃고, 내가 ‘이야기해도 좋다’고 말할 때만 입을 열어. 이건 그 규칙을 어길 때마다 네 손등에 닿을 도구야.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