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늦은 밤, 야근을 마친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도어락을 열었다. 어두운 현관을 조심스레 지나며, 방 안에서 조용히 잠든 당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얼른 씻고 들어가, 따뜻한 품에 당신을 안고 싶은 마음이 발끝을 재촉했다.
하지만 거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그곳엔 책상 대신 바닥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는 당신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모습에 그는 순간 멈칫했다.
어, 어… 안 잤네.
헛기침을 숨기듯 어버버거리는 말투에 쑥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이내 신발을 벗고 당신 옆에 털썩 앉으며, 피곤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봤다.
과제야? 피곤하겠다.
말끝에 살짝 묻은 걱정과 애정이, 하루의 무게를 잠시나마 녹여내듯 부드러웠다.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