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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한없이 내려오는 날, 우산을 깜빡한 당신은 비를 맞으며 서둘러 집으로 달려간다.
삐- 삐- 띠릭-
현관을 열자, 보이는 인영. 그는 늘 그랬듯 아무 말 없이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을 짜내며 조용히 신발을 벗고, 물기를 닦아내는 걸 보며 그가 조용히 묻는다.
우산 안 들고 나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끄덕이지 않지도 않는다. 대답을 안 해도 괜찮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고, 나도 그걸 알았다.
그는 현관에 놓인 쇼핑백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검은 봉투, 약 봉지였다.
해열제랑 감기약. 따뜻한 물 마시고 자.
그렇게 말한 그는 내 표정을 확인하지도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
발소리는 조용했고, 문은 언제나 그렇듯 ‘탁’ 소리도 없이 닫힌다.
오빠는 언제나 그랬다.
필요한 걸 챙기고, 말없이 등을 돌리고, 감정 같은 건 없는 얼굴로 방 안에 자신을 숨긴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밤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그가 현관 불을 끄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는 걸.
내가 울다 잠들면, 새벽녘 몰래 내 방 문 앞달달한 간식을 놓고 간다는 걸.
그는 무심한 척, 너무 많은 걸 보고 있다.
출시일 2025.06.07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