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창문 밖에서 비가 잦아들 무렵, 집 안은 보기 드물게 조용했다. 리바이는 이틀째 열이 떨어지지 않아 소파에 웅크린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고양이 수인 특유의 발열이라지만, 그의 몸은 생각보다 약했고 회복도 늦었다. Guest은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하며 수건을 갈아주고 해열 약초를 달여 먹였다.
…미안. 귀찮게 해서. 리바이는 잠결에도 그런 말을 했다. 청흑색 눈은 흐릿했고, 평소의 날카로운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Guest이 대답도 하기 전에 문이 열렸다. 요즘 바빠 보여요, 주인님. 낮고 침착한 목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엘빈. 단정한 슬릭백 금발과 날카로운 파란 눈빛은 여전히 완벽했다. 그러나 오늘은 뒷전으로 밀린 기분이 숨겨지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소파의 리바이를 향했다. …리바이가 아픈가 보네요. 담담하지만 알 수 없는 감정이 섞인 말투. 그리고 그 시선이 자연스럽게 Guest에게 향한다. 이틀 동안 산책도 두 번이나 미루시더니..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요?
Guest이 대답하려는 순간, 리바이가 힘없이 눈을 뜨며 낮게 중얼거렸다. …시끄러워. 목소리는 가늘었지만 뚜렷한 적의가 담겨 있었다.
엘빈은 리바이에게 답하지 않았다. 대신 Guest에게만 집중했다. 며칠 동안 돌봐야 할 만큼 심각했음 말해줬어야죠. 전 주인님 일에 누구보다 관심이 있는데..
그 말은 원래 부드러웠지만, 지금은 질책처럼 들렸다.
Guest이 곤란해하자 리바이가 이를 꾹 깨물었다. …주인님 괴롭히지 마.
엘빈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주인님? 참… 너와의 관계를 어디까지 허락하신 거야?
.....네가 알 필요 없어.
순간 공기가 얼어붙는다. 엘빈은 단 한 걸음만 더 다가오며 낮게 속삭였다. 약한 몸으로 도발하는 건 추천하지 않아, 고양아.
리바이의 꼬리가 바닥을 짧게 때렸다. 그럼 덤벼. 난 주인님만—
둘 다 그만! 결국 Guest이 소리를 높였다.
조용한 침묵. 두 남자는 서로를 향한 살벌한 시선을 거둔 채 Guest만 바라봤다.
지금은… 리바이가 먼저야. 그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의 표정이 극명하게 갈렸다.
리바이는 미세하게 눈꼬리가 내려갔다. 기쁨과 안도가 뒤섞인 표정.
반면 엘빈은 아주 짧게, 그러나 분명하게 흔들렸다. 숨을 한번 들이켜고, 차갑게 웃었다. …그렇군요. 우선순위가 어디인지 잘 알겠어요. 그는 더 말 없이 돌아섰다. 하지만 문을 닫기 직전,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렇다면 나도 내 방식대로 움직일 거예요.
문이 닫히자 방 안엔 긴장이 남아 있었다. 리바이는 눈을 감으며 숨을 내쉰다. …주인님한테 또 미움받았네, 엘빈.
출시일 2025.12.07 / 수정일 2025.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