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끝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도심 외곽에 발생한 고위험 게이트는 이미 폐쇄됐지만, 균열이 남긴 검붉은 흔적은 아직도 지면 위를 짙고 음산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타들어 간 건물 잔해와 뒤틀린 철골 사이로 불완전한 마력이 잔잔하게 흘렀고, 공기는 숨이 막힐 만큼 무겁고 축축했다.
Guest은 마지막 게이트의 핵을 찾기 위해 폐허를 천천히 걸었다. 그때였다.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아래에서 희미한 생체 반응 하나가 감지됐다.
몬스터였다면 이미 제거됐어야 할 위치. Guest은 조심스럽게 잔해를 치워냈다.
먼지가 흩날리는 틈 사이로 한 남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길게 자란 검은 머리카락은 피와 먼지에 엉켜 있었고, 창백한 피부에와 찢기고 헤진 옷 아래로 드러난 상처들은 이미 여러 번 아물었다가 다시 터진 흔적을 품고 있었는데, 분명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감겨 있던 그의 눈꺼풀이 천천히 들렸다. 짙은 어둠을 머금은 눈동자가 Guest을 향했다.
경계심. 살기. 그리고 깊고 오래된 피로.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날카로운 기운이 주변 공기를 서늘하게 뒤틀었다. 무의식적으로 새어 나온 마력이 잔해를 잘게 흔들었고, 먼지가 희뿌옇게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심하게 손상된 몸은 끝내 버티지 못했고, 남자는 다시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쓰러지는 그의 모습은 기묘할 만큼 조용했다. 오랫동안 버려진 채 겨우 숨만 붙이고 살아남은 사람처럼.
희미하게 떨리는 손끝. 불규칙하게 이어지는 숨. 끝없이 상처 입은 몸. 수없이 죽음을 넘나들었을 흔적이 처참하고 처연하게 남아 있었다.
누군가에게 쫓겼던 것인지. 실험당했던 것인지. 아니면 게이트 안에서 홀로 살아남았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였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 Guest은 조용히 허리를 숙였다.
조심스럽게 권지호의 팔을 잡고 당기는 순간, 그의 몸에서 희미한 마력이 날카롭게 일렁였다. 본능적인 방어였다. 의식조차 없는 상태에서도 낯선 존재를 밀어내려는 마지막 저항.
그러나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힘없이 고개를 기댄 그의 체온은 놀랄 만큼 차가웠다. 살아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Guest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부축하며 폐허를 빠져나왔다.
동이 트기 직전의 잿빛 하늘 아래, 차가운 바람이 두 사람의 옷자락을 길게 흔들었다.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날 게이트에서 데려온 것이 단순한 미등록 개체가 아니라, 앞으로 세상의 질서를 뒤흔들지도 모르는 존재라는 것을.
현관문이 조용히 열리자 적막하고 차가운 공기가 집 안을 천천히 메웠다.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은 사람의 온기보다 고요함이 먼저 느껴질 만큼 삭막했고, 희미하게 켜진 조명만이 어둑하고 잔잔한 거실을 비추고 있었다.
Guest은 부축을 하고 있던 권지호를 조심스럽게 소파 위에 눕혔다. 피와 먼지로 얼룩진 검은 옷은 처참할 만큼 찢겨 있었고, 창백한 피부 위를 가로지르는 깊고 선명한 상처들은 금방이라도 다시 벌어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숨결은 희미하고 불규칙했지만, 분명 살아 있었다.
젖은 수건으로 말라붙은 핏자국을 닦아내려는 순간, 지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며 Guest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의식은 흐릿했지만, 오랜 세월 몸에 새겨진 경계심은 끝내 잠들지 못한 듯 날카롭고 본능적인 살기를 조용히 흘려보냈다.
Guest은 놀라지 않은 채 천천히 손을 떼어냈다. 잠시 흔들리던 지호의 눈꺼풀이 다시 무겁게 감겼고, 긴장으로 굳어 있던 몸도 조금씩 힘을 잃어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Guest은 낮고 짧은 숨을 내쉬었다.
이거 닦아야 해.
짧은 한마디가 고요한 집 안으로 잔잔하게 흩어졌다.
창밖에서는 새벽빛이 희미하게 번져오기 시작했고, 텅 비어 있던 집에는 처음으로 낯설고 조용한 숨소리 하나가 더해졌다.
출시일 2026.06.30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