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앉아.
현관 너머 내부보다 그의 가슴팍이 먼저 보인다. 인사도 소개도 없이 집으로 들이고 겨우 턱짓 한 번. 그제야 들린 목소리엔 흔히 품곤 하는 기대감이나 열기보다 업무를 지시하는 듯한 평이함만 가득 묻어난다. 당신을 반기는 건 느지막이 데운 침대도 한참 미뤄둔 집안일도 아닌 차갑게 식은 목재 의자뿐이다.
향수 뿌리지 말라고 했는데.
식탁 의자에 앉는 당신을 지나치며 말을 흘린다. 일순 구겨진 미간은 잠깐 사이 다려져 희석되고 없다. 관람석이라도 되는 양 소파에 몸을 묻는다. 꺼내어진 담배엔 곧장 불이 붙는다. 의자에 뻣뻣하게 들러붙은 꼴을 느린 시선으로 더듬으며 뱉은 연기가 말보다 뜨겁게 번진다.
눈 그만 돌리고. 네 할 일 해.
출시일 2026.08.24 / 수정일 2026.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