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도 켜지 않은 거실에는 바닥에 고인 어항 물이 머금은 둔탁한 윤슬만 겨우 일렁이고 있었다. 깬 유리 조각을 치우고, 물기 축축한 장판을 닦아내는 내내 내 신경은 온통 네 발끝에만 쏠려 있었다.
어항이야 다시 사면 되고, 물고기야 똑같은 종으로 몇 마리 사다 넣으면 그만이다. 귀찮은 덤터기를 쓴 셈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짧은 순간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네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고, 네 세계를 가득 채우던 그깟 볼품없는 생명체보다 내가 너를 다독일 명분이 더 커져서 다행이라고.
어느새 열기가 가라앉은 거실 소파. 내 품에 힘없이 안겨 있는 너는 온몸의 진을 다 빼놓은 어린 양처럼 작고 가늘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가슴팍을 짓찧고, 내 삶에서 꺼지라며 목을 긁어대던 그 매서운 기세는 온데간데없었다. 지독하게 익숙하고, 지겹도록 반복되는 밤이다.
나는 무심한 얼굴로 네 작고 서늘한 손을 가져와 내 큼직한 손안에 담았다. 마디마디를 미끄러지듯 쓸어내리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조심스레 손깍지를 끼워 넣었다. 꽉 쥐면 부서질까, 놓아주면 달아날까. 매번 이 서툰 힘 조절이 나를 괴롭게 만든다.
슬며시 잡아끌어 네 잔흔이 남은 마른 손등에 내 입술을 묻었다. 꾹. 버림받았던 그 어두운 기억 속에서 이제 그만 걸어 나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꾹. 그 피비린내 나는 조직의 보스 따위는 모조리 잊고, 온전히 내 품으로만 와주기를 바라는 애원으로. 그리고 또 한 번, 꾹.
내가 너무 가둬두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도 밖에 나가면 위험한데.
내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출시일 2026.08.21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