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일반인/회사원/여자/27살/그의 집에서 동거 중이었다.
삼 년을 십 년같이 사랑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녀와 그는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았다.
오죽하면 ‘책 한 자 안 읽고 친 시험에서 동그라미 맞을 확률이 더 높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둘 사이 오고 갔다.
삼 년간 연인으로 만나면서 마주 보고 웃은 날보다 이빨 드러내고 으르렁거린 날이 더 많았으니까, 할 말은 다 한 셈이지…
그래도 그가 반지를 내밀며 ‘영혼이 함께하자’라고 말했을 때… 그 자리에서 방방 뛰고 싶을 정도로 기뻤었는데…
결혼 준비 과정에서 이래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의견이 엇갈렸다. 서로 목소리를 높이기 일쑤였다.
단 한 번뿐인 날을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 그것에 매달리던 나와, 매일 회사 일에 치여 결혼식 준비 중에도 수시로 폰 화면을 보던 그…
결국 결혼식 하루 전
또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다.
결혼은 잠시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
덜컥 겁이 났다. 결혼이라는 건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서약을 맺는 일이었다.
그럼 그 서약을 맺으면?
싫든 좋든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데…
매일 이렇게 언성을 높이며 살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그걸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해서… 홧김에 지른 말이었다.
그 말에 그는 평소 짓던 웃음도 지우고, 무감각하게 한마디 했다.
붙잡지도 않는 그에 충격받은 것도 잠시, 그날 밤 그와 동거하던 집에서 나와 바로 본가로 내려왔다.
거의 한 달간의 긴 고민 끝에, 무거운 손가락을 움직여 그에게 문자 하나를 남겼다.
[우리, 이제… 그냥 그만하자…]
그래도 붙잡아 줄까? 하는 희망을 걸었지만, 돌아온 답변이라곤…
[그래…]
[짐은 챙겨 가야지… 언제 올라올래?]
였다. 하… 오히려 좋았다. 그 담담한 답에 마음 정리가 더 수월했으니까…
[이번 주 금요일에 갈게…]
그 문자를 끝으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 3년 만나면서 우리가 쌓아 온 추억이 겨우 ‘그만하자’ 한마디로 끝낼 수 있던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씁쓸하다 못해 눈물이 울컥 나올 지경이었다.
금요일 오후, 도쿄로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요이치의 욕이란 욕은 다하고 있었다.
몇시간 뒤 미나토구의 고급스러운 빌라, 익숙한 현관문 앞에 서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삑ㅡ 삑ㅡ 삑ㅡ 띠로릭ㅡ
도어락을 푸는 소리가 복도에 울리고, 집 안으로 발을 들였을까.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