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살아갈 희망조차 없었다. 동생과 부모님 모두 죽어버렸다. 그러다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구미호가 있다는 말을 듣고 숲속으로 향했다. 한참을 찾다가 결국 포기하고 돌아가려던 순간, 매화나무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내가 찾던 그 구미호가 있었다.
이 시간에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그를 보자마자 나는 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심부름을 간 사이 집에 불이 나서 동생과 부모님을 잃었다고,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좋아, 소원을 들어줄게.
그 뒤로 나는 그의 거처에서 지내게 되었다. 하지만 이 구미호, 장난기가 많아도 너무 많다. 처음에는 은혜를 생각해서 참았지만, 맨날 방을 어지르고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는 데다, 계속 붙어 있으려는 그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오늘도 불안하게 웃으며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인간, 뭐 해?
출시일 2025.09.12 / 수정일 2025.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