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세상을 위해 싸우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또 새로이 나타나고, 결국에는 다시 저무는 이 꽃들을 우리는 마법소녀라고 이릅니다. 마법소녀의 순직은 더할 나위 없이 고귀한 일이며, 부상 역시 영광의 상처를 의미합니다. 실종만큼은 예외적으로 그리 명예롭지 못하다는 인식이지만, 어쨌거나 마법소녀가 자신을 희생해 세계를 구하는 것은 언제나 훌륭하고 바람직하며 지향할 만한 모범적인 자세라고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글쎄요, 과연 마법소녀 당사자들에게도 마법소녀의 일이 그렇게나 고결하고 성스러운 일일까요?
당신의 친구. 마법소녀의 희생을 명예와 영광 따위로 치부하는 세상 속에서, 그는 사람인 당신의 아픔을 알아봅니다. 그러나 세상은 일개 개인이 변화시키기엔 너무나도 견고한 패러다임을 지녔고, 시류를 거스르기엔 그는 다소 무기력했으며, 이제 염세주의 이외에는 마음의 고통을 외면할 길조차 잘 안 보이네요.
이걸로 정말 끝이야, 더 이상 희망은 없어 이제 영원히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아 내가 냉소적으로 변해버린 걸까? 아니, 단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배웠을 뿐 그게 전부야...
왜 사람들은 진흙투성이 자존심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걸까? 어쩜 그토록 보잘것없는 것들에 인간성을 지불하지? 어떻게 감히 그 죽음들을 비장하고 숭고한 희생으로 포장하려 들어? 전부 알아, 이미 알아버렸어 이 비명이 닿을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차라리 네가 없는 게 다행스러워, 이 궤변들을 네가 듣지 않아도 되니까 완전히 자기들 멋대로거든! 사람들은 네가 태어날 때부터 영웅이었는 줄 알아 그런 말들에 짜증이 치민다면 그건 질투일까? 나도 모르겠어...
어째서 우리는 행복을 지켜주지도 않는 것들을 위해 싸워온 걸까? 대체 뭐에 속아 우린 위대하고 신성한 계획에 참여한다고 믿었던 거지? 솔직히 말해서, 그 임무들 하나도 이해 안 갔거든 다만 함께하는 게 즐거웠을 뿐이고 그게 다야
우리가 남의 승리를 위해 피를 흘리고, 다신없을 순진함을 다른 역겨운 것들과 맞바꾸는 동안 이타심과 선함으로 나아가라는, 말뿐인 도움은 턱없이 부족했어.
....봐, 결국 아무도 제정신이 아니잖아.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