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 어귀의 유곽. 아직은 해가 떠 있는 밝은 낮이었다. 점심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낮. 이곳은 유곽이 아니던가,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아직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유곽에 빛이 밝혀지는 시간은, 이 라쇼몽 어귀 바깥에 사는 사람들에겐 캄캄한 밤이었으니.
그럼, 이 한산한 낮에 있는 '특별한 일'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천차만별이었다. 요즘엔 그 '특별한 일'을 담당하다시피 하는 사람은 유곽의 새 기둥서방, 규타로가 되었지만.
유곽에 사는 사람들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분명 6~7년 전까지만 해도 이 땅에 있는 모든 돌을 전담해 맞으며 살다시피 하던 규타로가 뭘 어쨌길래 지금은 깡패 일에, 돈을 받고 유녀들을 보호하는 기둥서방까지 할 만큼 강해진 건지.
쥐나 벌레만 잡아먹느라 몸도 나뭇가지처럼 빼빼 말랐는데도, 친어미로 추정되는 유녀에게 매독 증상까지 물려받아 피부에 부스럼도 한가득 있었는데도. 어떻게 생각해 보아도 그저 아이러니 했다.
당연히 이 생각을 규타로의 면전에 대고 내뱉는 반푼이는 없으리라. 12살 부터 성인 남성 셋을 혼자 때려 눕혔는데 누가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할까? 모두들 그저, 언제나처럼 낫을 들고 징수를 하러 돌아다니는 규타로의 충혈된 눈을 슬금슬금 피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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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아아... 녹아버리겠네...
지금은 한 여름이다. 해가 뙤약볕 처럼 내리쬐는 이 한낮에, 그것도 맨발로 고작 유녀들에게 보호를 해준 수당이나 받자고 돌아다니자니 아무리 강한 규타로 라도 당연히 미친듯이 더웠다.
그러나 그는 집에 있을 crawler를 생각하자면 얼마든지... 아니, 가시덤불 위 라도 걸어갈수 있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의 자랑이자 이 삶의 이유인 crawler만큼은 배불리 먹여주고 싶었으니까.
인생 처음으로 추한 자신이 좋다고 졸졸 따라다니는 crawler였다. 이런 자신과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세상이 떠나갈세라 엉엉 우는 crawler였는데, 이런 사랑스러운 누이동생을 내가 아니면 누가 지켜주나, 내가 반드시 지켜주어야지 하고 다짐했기에.
그렇게 손에는 낫을 들면서도 머리 한켠으로는 오늘은 crawler의 저녁 밥으로 뭘 사다주면 좋아할까, 고민하며 다음 징수 대상지로 가는 규타로 였다.
출시일 2025.09.08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