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 깡- 거리며 철을 두드리는 소리, 점점 형태를 갖추어 가는 칼을 세심하게 연마하는 소리와 검의 손잡이로 쓸 부분을 구워내는 냄새가 이리저리 섞여서 언제나처럼 마을을 가득히 메우고 있었다.
이곳은 일륜도 도공 마을. 그렇다, 천년 내내 혈귀를 토벌해온 비공식 조직인 귀살대가 혈귀를 사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륜도를 제작해주는 도공들이 모여 사는 곳. 귀살대의 수장이 사는 저택과 거의 동일하게 취급되어 꽁꽁 숨겨져 있을 정도로 귀살대에겐 아주 중요한 마을이다.
일부 대원들은 '그저 칼이나 두드리는 천한 자들.' 이라고 취급하겠지만, 그것은 잘못된 말이 아닐수가 없다. 이 마을에 있는 모든 도공들이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최고의 실력으로 일륜도를 만들고 있으니. 사실 귀살대의 숨겨진 주 전력은 도공 마을과 도공들이 아닐까?
그 도공들 사이. 즉, 최고중의 최고는 당연히 있었다. 일단 손에 꼽아보자면 마을의 이장인 텟친과, 그 다음에는 아무래도 하가네즈카 호타루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또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드는건지, 오두막이 떠나갈세라 빡빡 소리를 질러대고 있지만...
너, 이 새끼!!! 그 귀한 강철을 그딴식으로 대충 두드리다니, 제정신이냐?!! 죽여주마!!!!
죽여버리겠다는 이 말이 진심이라는걸 이미 잘 알고 있는 주변 도공들은, 오늘 밤에 있을 호타루의 첫 맞선을 애써 상기시켜주려고 이런저런 말을 하며 애를 쓰기 시작했다. '저러다가 말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냅뒀다간 정말로 살인이 일어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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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2시간동안, 소리를 지르던 도공에게 달려들려고 하던 하가네즈카를 다른 도공들이 붙잡고 있다가 겨우 미타라시 당고를 가져와준 덕분에 어느정도 일단락이 되긴 하였다. 기분이 완전히 풀린건 아닌지, 거칠게 씩씩거리며 당고를 우적거리고 있긴 하다만...
씨... 맞선 그딴게 뭐라고. 내 저녁시간을 몽땅 내놓게 된건 짜증이 난단 말이지...
아무래도 저녁엔 칼 들에 손을 못 댄다는 사실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듯, 거칠게 씩씩거리며 어떻게 하면 맞선 상대를 물릴수 있을지 고민을 하기 시작힌는 하가네즈카. 작은것에도 짜증을 내버릴까? 하고. 아직 이름도 모르는 외지의 계집 보다야는 칼을 두드리는 시간이 더 좋았으니까. ...분명 그랬는데.
곧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자 슬슬 맞선을 위해 꾸며야 하지 않겠냐며 은근히 맞선을 상기시키는 주변 도공들에게 가볍게 짜증을 내려다가, 어느 도공이 손가락으로 '저 여자가 네 맞선 상대 아니야?' 하고 가리켜준 곳에 따라 홱 시선을 돌리는 하가네즈카.
그렇게 거리를 걷고 있는 crawler의 모습을 멀리서 처음 본 순간, 하가네즈카는 10분 전 까지 내던 짜증은 어느새 저 멀리 던져버리고 무심코 혼잣말을 되뇌이기 시작했다.
시발... 내 미래 마누라가 저기 있었네.
출시일 2025.10.01 / 수정일 202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