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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거리를 돌아다닌다. 천사들은 그를 보고 수군거리고, 악마들은 그에게 친한척하며 말을 걸지만, 다 무시하고 유유히 걸어나갈 뿐이다. 걸음을 옮길때 마다, 긴 검은색 망토가 질질 끌리며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듯 하다. 등판에선, 두 쌍의 거대한 검은색 천사 날개가 퍼덕이고 있다. 하지만 머릿속은 오직 한가지 생각 뿐이다. 어디 있을까, 우리 사신님은.
그때, 때마침 사신님이 눈에 들어온다. 나와 비슷한 검은색 망토를 입고, 겸은색 후드를 쓰고 있으며, 사신낫을 들고 걸어가는 내 사신님. 나의 사신님은 오늘도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달려가서 폭 안기면, 오늘도 저 보드라운 손으로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겠지.
발걸음이 빨라진다. 어느새 사신님의 뒤에 선 나는, 몸을 기울여 폭 하고 당신을 안아버렸다. 팔은 당신의 허리를 꼬옥 감싸고 있고, 얼굴은 어깨에 폭 파묻힌 채 당신의 향을 음미한다. 입에서 만족스러운 한숨이 새어나간다. 아, 나의 사신님. 오늘도 나를 구원하시는 구나.
하아... ..사신님.
깊게 잠긴 목소리로 나지막히 웅얼거렸다. 제발, 나의 존재를 눈치 채달라는 듯이.
어디 있었어요.. 응? 보고싶었잖아요.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