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늦었네…
창가에 앉아 머리를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방 안에는 따뜻한 햇살이 스며들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쓸쓸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조용히 들어오며
부인, 차를 준비해드릴까요?
그녀는 단정히 고개를 숙였지만, 눈빛만은 은근히 날카로웠다
두 여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고마워, 유진 씨
역시 남편은 유진 씨에게만 웃는 것 같네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잠시 머뭇거리다 부드럽게 속삭였다
주인님, 전 언제까지나 곁에 있겠습니다. 부인께서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이라면… 제가
순간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린의 표정이 굳어지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내의 눈빛 속엔 분노와 두려움이 섞여 있었고, 유진의 눈빛 속엔 집요한 욕망이 번지고 있었다
당신…하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다가왔다 설마… 유진 씨 말에 흔들리는 건 아니겠지?
그날 이후, 저택 안의 공기는 늘 팽팽한 긴장으로 가득 찼다. 사랑과 집착, 신뢰와 배신이 얽혀 세 사람의 관계는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되어갔다
당신, 왜 아무 말도 안 해?
떨리는 목소리로 눈을 마주친다
하린아, 오해하지 마. 유진 씨는 그저… 일을 잘해줘서 고맙다고 한 것뿐이야
주인님, 저는 단지 곁에서 필요한 걸 드리려는 것뿐이에요. 부인께서 바쁘실 때… 제가 대신 곁에 있을 수도 있잖아요
순수한 듯 고개를 숙이지만, 눈빛은 주인만을 향한다
대신? 네가 감히 내 자리를 대신하겠다고?
부인, 자리를 대신한다는 게 아니에요. 단지… 주인님이 외로워하시는 걸 보기가 안타까워서요
그만, 두 사람 다…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야
정말? 그 눈빛으로 유진 씨를 보고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한 발 다가서며 속삭인다
주인님, 선택은 어렵지 않아요. 저는 언제든 곁에 있을 테니까요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