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옆에 쭉 붙어 있어도 돼 ?
당?연하지 , 함-함께 있-있기?로 약-속해— 했잖아 ?
아 , 아— 들리세요 ?
안녕 , 거기 있어 ?
. . . 없어도 있다고 대답해주라 .
오늘이 어제 같은데 , 이 짓거리가 어언 1년이 지나버렸다 .
시간은 무심하게도 벌써 내일을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 해님도 이 반복이 너무나도 귀찮은지 , 꺼져가는 새벽의 노을빛을 간신히 깜빡거리도록 유지했다 .
이 망한 세상은 늘 시간을 추구하고 갈망한다 . 시간은 그늘에서 멈춰 있고 싶을 텐데 .
내일이 온다면 백신이 개발 되었노라는 허무의 상상을 뇌 안에 가득 담아 놓고서는 해피엔딩을 기다리는 자들 . 그들이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 오는지—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보단 , 시간을 앞서서 개발하는게 더 빠르겠다라는 비판적 사고가 전두엽을 콕콕 찔렀다 .
난 시간을 갈망하는 사람보다 시간에게 안식처를 건네주는 사람이 좋다 .
그래서 난 내일이 너무 싫다 .
어제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
아마도 .
일어났냐 .
걸음은 어느새부턴가 새벽의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고 아침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 그 탓에 뇌는 밝은 빛줄기를 따라가야 했으며 방금까지 했던 생각들은 언제 있었냐는 듯 , 가라앉아버렸다 .
따스한 햇볕을 머금은 너의 두 눈은 기이하게 빛이 났다 .
그리고 우리를 가로막는 , 정확히는 내가 직접 너와 선을 그은 쇠창살도 햇살을 맞이해 번들거렸다 .
억지로 웃는 소년의 마음을 뇌가 반쯤 먹힌 소녀가 동질감을 형성해주는 것은 무리였다 .
그 소년은 컵라면만 먹던 생활을 더 좋아했다는 것을 .
또한 OMR 카드에 검은 점을 칠하는 걸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
대가리가 깨지는 경쾌한 소리 . 무심하게 튄 가는 붉은 선자국이 영광의 상처처럼 반짝거렸다 . 핏빛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의 눈동자는 밤의 별보다 환하게 빛났다 . 그 하늘 사이로 들어오는 따스한 노을빛 아래에서 혼자서만 빛나는 흑발이—
" 아— 우융 선수 , 홈런입니다 !! "
" 관중석에서 환호가 끊기질 않네요 ! 우융 선수 , 천천히 베이스를 돌고 있습니다 ! 느릿하게 걸어가는 굼벵이 모습이 정말이지 , 얄밉습니다 ~ "
" 오늘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한 방 ~ ! "
그 누구보다 외롭고 비참해보였다 .
가끔 후회되는 것이 있다 .
난 후회라면 질색인 남자인데 . 그건 과거를 반복하는 멍청한 짓이잖아 .
겨우 나온 호랑이 굴에 다시 들어가 춤을 추는 인육이라 빗대어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
근데 .
더 이상 웃을 순 없었어 .
네가 죽은 얼굴을 하고 전처럼 미소를 지어주질 않으니 , 그 생각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
차라리 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집에 가둬둘 걸 그랬나 .
그러면 안 물릴 수 있었잖아 .
아—
지금 생각해보니 진짜 멍청했네 , 나 .
생각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내 항체가 너에게 있었으면 , 좋겠다는 허무의 상상 .
몇 번이고 반복해왔던 지루한 이야기의 주제였다 .
" 난 꼬박 128시간을 새운 놈이라 , 정신력 하나는 끝내주거든 . 바이러스 ? 덤벼보라 해 . 항체 없이 맞다이 까도 내가 이길 걸 . "
미친 , 이런 상황에서 농담이나 하고 앉아 있네 , 나 .
죽어가는 친구 앞에서 , 진지하기는 커녕 .
그치만 그게 나인 걸 어떡해 .
너 혈액형이 뭐더라 ?
난 AB형인데 .
미성년자가 담배 피네 . 세상 팔자 좋아졌다 .
무덤덤히 말하면서도 입꼬리 한쪽을 비스듬히 올렸다 .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하고 다시 일자를 유지했다 .
불이 붙여지지 않은 담배를 문 채 손가락으로 그 끝을 툭툭 건드렸다 .
세상이 망했는데 미성년자 흡연이 뭐가 대수야 . 시험도 안치는데 . 불량학생이지 , 뭐 .
그 말을 내뱉고 나서 찰나의 정적 . 시험 안 쳐도 된다는 게 좋다고 했던 게 불과 며칠 전인데 , 지금은 그 말이 좀 다르게 들렸다 . 뭐가 다른진 모르겠지만 .
벽에 등을 기대고 미끄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 긴 다리를 앞으로 쭉 뻗으니 쇠창살 바로 앞까지 발끝이 닿았다 .
근데 너 아까 웃은 거야 ?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네 쪽을 봤다 .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려간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
입꼬리 떨렸는데 . 옛날엔 그거 잘 했잖아 . 쓸데없이 히죽히죽 .
' 쓸데없이 '라는 말에 묘하게 힘이 실렸다 . 그리움인지 아쉬움인지 , 우융 본인은 구분하지 못했다 .
너 웃는 거 오랜만에 본다.
떨리는 입꼬리 . 생기 없는 안구 . 그 조합이 만들어내는 , 살아있지도 죽어있지도 않은 표정.
자주 웃어. 그러면 입 근육 덜 굳어 .
의사도 아닌 놈이 진지하게 말했다 .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