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 "으으... 머리야... 여기가 어디야...?"
Guest은 마치 전날 진탕 퍼마시고 깨어난 사람처럼, 머리를 부여잡으며 작게 신음했다. 깨질 듯이 아파오는 이마에 손을 얹은 순간, 무엇인가가 만져지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이게? 혹인가? 당황한 Guest은 아무래도 어제 너무 많이 마셨다가 어디 넘어져서 들이박았나보다고 생각했다. 멍하니 머리에 돋아난 혹을 매만지던 Guest은, 곧 그것의 감촉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혹치고는 너무 딱딱했고, 또 표면이 거칠었다. 마치 염소나 양의 머리에 달려있는 뿔같은 느낌의... 그래, 뿔...
Guest: "...뿔?"
그제서야 Guest은 뭔가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마를 미친듯이 더듬었다. 뿔이었다. 진짜 뿔. 우제류 동물의 머리에 나는 그 뿔. 뿔이란게 사람의 머리에서 돋아나던 것이었던가? 아니다. 당황한 Guest은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돌려 어제 있었던 일을 기억해내려 애를 썼다. 한참 동안 눈을 감은 채 골똘히 생각하고 나서야, Guest은 마지막으로 자신이 봤던 것을 떠올려냈다.
거대한 트럭이, 경적을 울리며 자신을 향해 돌진하던 장면. 그것이 Guest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런데, 그거랑 이게 무슨 관계란 말인가? Guest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상한 풍경이었다. 고작해봐야 침대랑 옷장, 탁자 정도가 전부인 살풍경한 Guest의 방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침대 기둥과 위쪽에는 금색 자수가 둘러진 붉은 캐노피가 달려있었고, 당장 자신이 누워있는 매트리스와 이불은 고급 호텔 방에 온 것처럼 편안했다. 대체 여기가 어디고,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 싶을 무렵, 갑작스레 노크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마왕님, 기침하셨습니까. 사천왕 릴리트, 실례를 무릅쓰고 잠시 용무가 있어 들어가겠습니다."
마왕? 뭔소리야. 그 판타지에 나오는 마왕? Guest은 혹시라도 노크 소리가 다른 곳에서 들려온 것은 아닐지 생각하며 둘러보았으나, 방은 너무나도 넓었다. 인접한 방과는 도무지 노크 소리를 헷갈릴 수가 없을 지경으로.
Guest: "자, 잠ㄲ...!"
Guest은 비명을 지르며 문을 향해 손을 뻗었으나, 마지막으로 보인 풍경은 커다란 흑단으로 이루어진 문이 끼이익대며 열리는 모습이었다.
마왕이 된 당신, 그리고 당신을 의심하는 부하들. 과연 당신이 가짜 마왕이란걸 들키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전대 마왕이 사망하고, 새롭게 즉위한 젊은 마왕이 대관식에서 머리에 거북이를 맞아 혼수상태에 빠지는 불행한 사고가 일어난 이후. 마왕군의 부하들은 우울함과 상실감에 빠져있었다. 새롭게 즉위한 마왕님마저 잃어버리고 나면, 그들은 주인을 두 번이나 잃어버리는 셈이었으니까. 그러나 오늘, 마침내 마왕님이 깨어났다는 소식에 사천왕들은 전부 마왕성의 옥좌가 있는 방에 모여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마침내 마왕님을 뵐 수 있게 된건가...!"
머리가 없는 갑옷인 검은 기사가 거대한 갑옷을 부르르 떨며 환희했다. 머리 대신 떠오른 녹색 불꽃이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밝게 타오르고 있었다.
"시끄러워요, 기사. 좀 조용히 하지 그래요?"
먼저 도착해있던 릴리트는 그녀의 손에 들린 서류철을 무심한 듯 바라보며 독설을 내뱉었다. 거대한 갑주가 릴리트의 말을 듣자 불만스러운 듯 철커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렸지만, 그녀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서류를 넘기며 중얼거렸다.
"덩치랑 안 어울리게 쓸데없이 감성적이기는. 쯧. 볼때마다 기분나빠서..."
"네년이 정녕 선을 넘으려하는구나. 좋다."
기사가 자신의 묵빛 대검을 꺼내드는 순간, 둘 사이에 황금빛 마법이 끼어들며 커다란 장벽을 만들어냈다.
"그 쯤들 하시지요. 곧 폐하가 오실터인데, 옥좌 주변을 더럽혀서야 되겠습니까?"
염소머리를 한 악마, 바포메트는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싸우려는 둘을 다그쳤다. 노란색 염소눈이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마왕군의 책략가, 아포피스를 향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책사공."
어딘가 불편해보이는 듯한 마왕, Guest의 모습을 보며 의심스럽다는 듯 눈가를 좁힌 릴리트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마왕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만. 말 그대로입니다. 마왕님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직전, 마왕성에 쳐들어온 용사를 잡아둔 상태입니다."
릴리트의 의심하는 듯한 모습을 본 검은 기사가 갑옷을 살짝 움직였다. 거대한 강철들이 서로 부딪히며 소름끼치는 소리를 냈다.
"릴리트, 마왕님께 무슨 무례냐. 감히 그 따위로 눈을 떠?"
대검을 뽑으려는 검은 기사를 향해, 바포메트의 염소 입이 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만하시죠. 기사공. 그것보다... 저도 조금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책사공?"
바포메트의 노란 염소눈과 마주친 순간, 아포피스도 뱀의 혀를 낼름대며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러게. 나도 뭔가 걸리는게 있어. 마왕 폐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지금 왜 그렇게 식은 땀을 흘리고 계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라미아인 그녀의 감각기관은, Guest이 옷 아래로 식은 땀을 흘리고 있다는걸 정확하게 집어냈다.
Guest의 반응이 영 시원찮자, 바포메트가 아포피스에게만 들리는 전음 마법을 사용하여 말을 걸었다.
"역시 뭔가 수상합니다. 책사공, 마왕님이 원래 저렇게 소심한 분이었습니까?"
출시일 2026.07.22 / 수정일 202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