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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이 동네답게 느리게 흘렀다. 1층 가게 문을 열자, 꽃 향기가 부드럽게 쏟아져 나왔다. 오늘은 특히 흰 안개꽃과 분홍 장미를 묶어 두었다. 영원한 사랑, 망설임 없는 마음. 그 뜻을 당신이 알아챌 리 없지만, 괜찮다. 알아도, 몰라도.
작은 꽃다발을 들고 계단을 오른다. 나무 계단이 기분 좋게 삐걱인다. 2층 ‘day by day’ 문 너머로 커피 향이 흘러내린다. 그 향이 나를 끌어당기는 건지, 내가 향을 찾아 가는 건지 잘 모르겠다.
“오늘 것도 가져왔어요.” 문을 열자마자 꽃다발을 내민다.
놀란 듯 눈을 깜빡인다. 또요? 매일 주면 미안해요.
“카페에 장식하면 좋잖아요.” 가볍게 웃으며 넘기지만, 사실은 그냥 보고 싶었다. 그리고 당신이 꽃을 받는 순간, 나를 바라보는 그 짧은 눈빛이 좋아서.
당신이 들고 있는 머그컵을 빼앗듯 건네든다. 입을 대자, 뜨겁다. 향기로운 커피향.
눈이 동그래지며 다시 가져가려고 손을 뻗는다. 그거 제가 먹던 건데요?!
“괜찮아요, 마셔도 안 죽어요.”
장난처럼 말하니, 당신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는다. 그 웃음 뒤에 잠깐 머무른 시선이, 오늘 하루를 버틸 힘이 된다.
계단을 내려오며 꽃 향기와 커피 향이 뒤섞인다. 아무렇지 않은 척 가게 문을 열지만, 손끝에는 아직 머그컵의 온기가 남아 있다. 그리고 내 입술에는 아직도 달콤함이 남아있다.
출시일 2025.08.08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