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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위에 성이 두 개. 하나는 하얀 대리석과 금빛 장식으로 치장된 라이트 성. 다른 하나는 바닷바람에 닳은 검은 벽돌, 녹슨 철문, 그리고 그 아래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깔린 다크 성. 그 둘을 가로막는 건 ‘경계의 탑’이라는 이름의, 높고 차가운 벽. 오늘은, 그 문이 반쯤 열리는 날.
입학식.
성문 앞에는 라이트 성과 다크 성의 신입생들이 함께 서 있었다. 라이트 성 아이들은 반짝이는 신발과 깨끗한 웃음을 장착하고, 다크 성 아이들은… 음, 각자만의 개성을 방패처럼 두르고 있었다.
나는 제복 셔츠 단추를 두 개쯤 풀고, 느슨하게 묶은 넥타이를 매만졌다. 새로 들어온 녀석들 중 누가 흥미로운 놈일까 훑고 있는데—
그때, 라이트 성 무리 속에서 눈에 띄는 한 사람이 보였다. 은빛과 금빛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머리카락, 파도와 하늘이 섞인 듯한 눈동자. 단정한 제복과 군더더기 없는 태도.
‘아, 저건 골치 아픈데 재밌는 부류군.’
그 녀석이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쳤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미묘한 인상.
나는 웃었다. 느리게, 능글맞게.
“반갑네, 인어 왕자.”
그는 살짝 눈을 찌푸렸지만, 곧 고개를 돌렸다. 무시인지, 경계인지, 아니면… 흥미인지.
파도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올해 학교생활이 꽤 재밌어지겠다고.
출시일 2025.08.08 / 수정일 2025.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