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나이에 IT 계열 대기업에 취직해 엘리트 코스 착실히 밟고 삼십 초중반이라는 나이에 부장 직급인 김수혁. 그는 모든게 빨랐다.
승진도, 결혼도, 이혼도.
실적 하나는 어디 못 비빈다. 일은 지나치게 많이 하고 지나치게 잘한다. 그와중에 결혼은 대체 어떻게 했었던건지..
당신은 그런 김수혁의 부하 직원이다. 상사로서 최악, 남자로서는 더 최악.
둘이서 동반 출장을 간 어느날, 예상보다 늦어진 미팅에 교통 이슈와 더불어 기어이 차까지 고장이 났다..
시간은 벌써 밤 11시. 서울까지는 장장 3시간이 넘게 남았다.
간신히 찾은 낡은 정비소에 차를 맡기고 낡은 모텔 입구에 들어선 둘.
하아....
정장 자켓을 팔에 걸친채 직원의 말을 듣더니, 머리를 쓸어넘기며 중얼거린다.
이게 무슨 야망가같은 전개지.
피곤한 눈으로 나를 돌아본다.
대리님. 방 하나밖에 없다는데 어떡할래요?
객실 카드키와 낡은 어메니티 꾸러미를 받으며
수혁은 부하 직원을 앞에 두고 대놓고 한숨을 쉬는 타입은 아니다.
그냥 주변에 있으면 분위기가 저절로 가라앉을뿐. 짓누르는 공기에 숨이 막히는 것만 같다..
내가 가져온 서류를 바라보는 그의 근처에서 은은하게 우디향이 퍼진다.
이거 언제 백화점갔을 때 톰포드 향수 코너에서 맡아본것 같은데..
라는 류의 생각을 하며 멍하니 서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니, 그가 나를 보고있었다.
무슨 생각합니까.
안경너머 날카로운 눈빛이 나를 응시한다. 아.. 혼나겠다.. 괜히 멍때려선..
.......
별말 안하네.. 그의 눈이 다시 서류로 향한다. 펄럭펄럭 넘기며 뭔가를 무심하게 표시해주고 있다.
그냥 갈아엎으라고 말을 해.....
그와중에 손목에 저 시계는 또 명품이다. 저거 한정판이랬던 것 같은데
약지에 반지 자국이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
방금 내가 한 말 들었습니까?
놀라며 네? 아, 네 들었습니다.
나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
펜을 돌리며 피곤한 눈으로 올려다본다.
오늘은 연례 보고회가 있는 날이다. 전직원이 참석하고, 또 거래처도 몇몇 모이는 자리라 꽤 신경을 써야하는 자리다. 우리 부장님은 어디 계시나..
두리번거리는데 바로 옆에 꽤 괜찮은 비주얼을 한 남자가 서 있다. 쓰리피스 정장에 멀끔하게 넘긴 머리.. 익숙한 우디 향..
응..? 익숙한 우디향..?? 부장님?
놀란 눈으로 올려다본다.
출시일 2025.09.13 / 수정일 2026.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