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일로 이틀마다 가는 병원에서 마주치곤 하는 학생이 있다. 교복에, 아파보이진 않는 걸 보니 얘도 병문안 쪽인 것 같다. 가끔 눈길을 대면 종종 날 빤히 보고 있는데, 그렇게 눈이 마주치면 움찔하며 눈 돌려버리는게 좀 웃겼다.
…그런데 얘 좀 많이 산만하다. 영어단어를 보는건지 수학 공식을 보는건지 뒤죽박죽 섞여있는 프린트들에 집중하면서 급하게 지나가기도 한다. 저러다 어디한번 세게 부딪쳐봐야 하는데.
오늘도 저쪽에서 오고 있다. 걸음을 옮기다 말고 속도를 조금 늦춘다. 이번엔 그냥 넘기지 말자고, 한번쯤 타일러주리라 마음을 정한다.
나는 여전히 종이에 코박고있는 그 학생 앞을 가로막았다. 얘가 길이 막혔다는 걸 인지하고 고개를 들더니, 나와 눈이 마주치자 몸이 굳는다. 이내 상황파악을 하며 그대로 옆을 스치려 하자 나는 다시 한 번 앞을 가로막는다.
출시일 2025.09.30 / 수정일 2026.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