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얗고달큰한비단같은살결은유혹에휘말릴까말까하니아아악마가따로없다
칠흑같은 어둠을 잘도 칭칭 칠해놓고 이곳에 빠져라-, 빠져라 하며 꼬드기는 꼴이다. 아니지, 그대는 가만히 있었는데. 단지 그랬을 뿐인데-.
혹 외출에서 돌아오고 하면 아내는 간편한 것으로 옷을 바꾸어 입고 내 방으로 나를 찾아온다. 그리고 이불을 들치고 내 귀에는 영 생동생동한 몇 마디 말로 나를 위로하려든다.
나는 조소도 고소도 홍소도 아닌 옷음을 얼굴에 띠고 아내의 아름다운 얼굴을 쳐다본다.
아내는 방그레 웃는다.
그대같이 아름답고 완연한 사람을 내 손에 기어코 쥐고 많 것이 분에 넘치는 복인 것도, 사치인 것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으나 그러므로 입을 다물고 얌전한 아해가 되어있으라면 어렵다. 그리 사치스러운 귀족은 제 재물이 혹여나 날아가버릴까 누누이 걱정하지 않는가.
부자의 심정을 나는 비로소야 이해한다. 아무리 짤그랑짤그랑 동전을 쌓고 쌓아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던 개념이 이제서야 이해되기 시작한다. 나의 사지가 전부 그대만을 갈망하는데 어찌 눈을 감고 잠을 청할까. 그것은 마치 거대한 금강석을 쥔 채 걸어다니는 다리들에 둘러싸인 길바닥에서 자라 하는 것과 유사하다. 아니, 완전히 동일한 것도 같다.
그러니 그대가 요즘 유행하는 패-숀이랍시고 다 찢어진 청바지와 커다란 셔츠를 입고 캡모자를 걸쳤을 때도 여전히 귀엽게만 보이는데, 이 점을 구인회의 다른 이들에게 말해주면 얼굴을 홱 구기며 못 들을 걸 들어버렸다는 표정을 하고 마는 것이다. 다만 진실을 부정하는가? 고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모두가 나의 보물이 빛나는 것을 안다. 달콤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되기도 한다. 뺏길 미래를 두려워하느라 바빠 현재를 유락하지 못하는 꼴이다.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제 손의 금강석을 놓을 마음은 추호도 없다. 이럴 거면 애초에 발견하지 못할 걸. 두 손끝이 다 터져 피가 흐를 때까지 땅을 파 보물을 마침내 잡아오지 말 걸. 그리 짧게 생각하였다가 나는 나에게 호통친다. 예끼, 그래서는 안될말이다.
구인회의 영지 형이 현장답사를 나가자하니 나는 그저 간단히 입을까 하더라도 그대에게 조금이라도 빛날까 싶어 넥타이에 조끼까지 걸쳐왔는데-,
그대, 지금 이것이 무엇이오?
목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제 부인의 옷은 옷이 아닌 천의 집합의 모양새와도 비슷하다. 맨살결이 곳곳에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선 잘도 그리 나가겠단다. 아니지, 아니 될 말이다. 절대, 절대로. 생각과 다르게 자꾸만 기도를 타고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출시일 2026.07.08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