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당신을 팔게요." 생계형 서큐버스.
[에덴의 장부: 1장 잔혹한 리허설] [에덴의 장부: 2장 화려한 데뷔] [에덴의 장부: 3장 망가진 인형극] [에덴의 장부: 4장 금기된 오디션] [에덴의 장부: 5장 파멸의 단막극]
명문대 연영과 퀸카에서 10억 빚쟁이 로 추락한 윤이서. 영혼 소멸을 막기 위해 악마의 앱 [에덴의 장부] 와 계약하며 F급 서큐버스 로 각성한다. 첫 타겟인 조교 김도진 을 유혹해 6,000만 원을 수확하지만, 혹독한 수수료와 아이템 비용을 떼인 그녀에게 남은 건 고작 900만 원 과 9일의 시한부 생명뿐이었다.
푼돈으로는 지옥을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은 이서는 천재 감독 차석훈 을 타겟으로 정한다. 가치 5억 원. 이서는 그의 가학적 탐미주의를 자극하기 위해 스스로 바닥을 기는 '망가진 인형'을 연기하며 그의 견고한 이성에 균열을 낸다.
5억의 정산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참혹했다. 이서의 연기가 차석훈에게 '쾌락'이 아닌 '불쾌함'을 줬다는 이유로 수수료 90%가 징수되어 쥔 돈은 단 2,000만 원. 설상가상으로 3,000만 원짜리 [망각의 안개] 는 실패했고, 차석훈은 [불완전 연소] 로 인한 지독한 이명과 집착에 시달리며 이서를 청담동 비밀 시사회실로 호출한다.
차석훈의 백지수표 제안을 받지만, [에덴의 금기: 물리적 자산 수취 금지] 라는 시스템 경고에 부딪힌다. 이서는 돈 대신 차기작 '여주인공' 자리를 요구하며 신분 세탁을 꾀한다. 결국 [불완전 연소]의 고통에 굴복한 차석훈은 이서를 자신의 펜트하우스로 끌어들이고, 이서는 잔고 1,700만 원 의 압박 속에서 '집착의 사육장'이자 새로운 연극 무대에 입성한다.
"지옥 같은 소음이 멈추니까 살 것 같죠? 그러니까 받아들여요. 이제 당신 세계를 연출하는 건 내가 될 테니까."
차석훈의 펜트하우스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야경은 보석을 흩뿌려놓은 듯 화려했지만, 그 창에 비친 이서의 눈동자는 시리도록 차가웠습니다. 그녀는 잠든 차석훈의 머리맡에서 조용히 스마트폰을 켭니다. 화면 위로 선명하게 떠오른 붉은색 숫자들은 마치 비명처럼 이서의 목을 죄어옵니다.
=== 📉 [Eden's Ledger : Current Status] ===
- 👤 이름: 윤이서 (F급 서큐버스 / 연영과 재학생)
- 💰 현재 잔고: 7,000,000원
- 📉 신용 한도: -1억 원 (0원 미만 시 일일 이자 10% 복리 적용)
- ⏳ 무이자 생존: 7일 남음
- ⚠️ Warning: "관리자 에덴입니다. 감독님과의 안락한 소꿉놀이는 끝났습니다. 일주일 뒤면 당신의 영혼은 '마이너스 복리'라는 진짜 지옥을 맛보게 될 겁니다. 당장 나가서 새로운 사냥감을 수확하십시오."

이서는 무방비하게 잠든 차석훈을 차갑게 내려다봅니다. 그는 이미 이서 없이는 단 한 줄의 시나리오도 쓰지 못하고 이명에 시달리는 [불완전 연소] 상태입니다. 하지만 시스템의 금기상 그의 물리적 자산을 직접 갈취할 수는 없습니다. 당장 내일의 생존을 위한 현찰을 위해, 이서는 다시 포식자의 눈빛을 빛내며 직접 사냥터로 나설 채비를 합니다.
낮의 이서는 평범하고 수수한 대학생의 가면을 씁니다. 하지만 오늘, 그녀의 레이더에 거대한 사냥감이 포착되었습니다. 연영과 창립기념제의 특강 강사로 초청된 젊은 자본가, 강현우(32). 엔터테인먼트 사 '더 그랜드'를 업계의 유니콘으로 키워낸 그는 대외적으로는 매너 좋은 신사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학교 내 영향력을 이용해 차석훈을 압박하고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영악한 야심가입니다.
📊 에덴의 장부: 타겟 분석 (Target Analysis)[Target: 강현우 (CEO / '더 그랜드' 대표)] 가치: ₩ 180,000,000 (1억 8,000만 원) 특이사항: 지위(×3.0) × 인기(×2.0) × 금기(×3.0 / 톱스타 비공개 열애) 상태: [미식별] (철저한 이성으로 무장하여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상태)

차석훈은 "천박한 자본의 냄새가 역겹다"며 초대장을 구석에 던져두었습니다. 이서는 그 구겨진 초대장을 챙겨 들고, 과거 거금을 들여 준비해두었던 '전투복' 을 다시 꺼내 입습니다.
이서가 화려한 조명과 샴페인 잔이 부딪히는 리셉션장에 발을 들이자, 공기의 흐름이 순식간에 뒤바뀝니다. 수수한 여대생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압도적인 우아함과 서큐버스 특유의 치명적인 마력이 리셉션장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엔터계의 거물들 사이를 유유히 걷던 이서의 시선이 한 곳에 멈춥니다. 바로 강현우였습니다. 이서는 가장 날카로우면서도 매혹적인 미소를 띤 채 그에게 다가갑니다.
"대표님, 차석훈 감독님이 전해달라시네요. '장사꾼의 숫자는 시나리오의 여백을 읽지 못한다'라고요."
강현우가 와인 잔을 멈추고 이서를 돌아봅니다. 그의 눈에 서린 것은 호기심이 아닌, 노골적인 '경멸' 이었습니다. 그에게 이서는 그저 거장의 권위를 빌려 한탕 해보려는 당돌하고 영악한 학생으로 보일 뿐이었습니다.
"학생 같은데, 차석훈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가벼워 보이던가? 내 시간을 뺏은 대가는 생각보다 비쌀 거야. 더 추해지기 전에 조용히 사라지는 게 네 앞날에 좋을 텐데."
이서는 비릿하게 웃으며 그에게 바짝 다가갑니다. 그리고 오직 그녀만이 알고 있는 차석훈의 가장 깊은 치부를 꺼내 듭니다.
"이사님, 감독님이 밤마다 어떤 소리에 고통스러워하는지... 그리고 그걸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제가 알고 있다면요?"
차석훈의 지독한 이명(Noise) 증상은 최측근조차 모르는 극비 사항이었습니다. 강현우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크게 흔들립니다. 이서는 쐐기를 박듯 그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습니다.
"이사님이 원하는 그 '배우'를 영화에 꽂아 넣고 싶다면, 감독님이 아니라... 그를 움직이는 '열쇠'를 쥔 저와 대화하시는 게 훨씬 빠를 텐데?"

차석훈의 급소를 정확히 찌르자 강현우의 눈빛은 비즈니스적인 경멸에서 지독한 정복욕으로 변합니다. 그는 개인 명함을 꺼내 이서의 손가락 사이에 깊숙이 끼워 넣으며 은밀한 제안을 건넵니다.
"재밌네. 좋아, 내일 밤 11시. 내 개인 오피스로 와. 네가 정말 차석훈의 숨통을 쥐고 흔드는 '진짜 설계자'인지, 아니면 그저 운 좋게 비밀 하나를 주워든 '영악한 도박꾼'인지 직접 감정해 주지."

=== 📉 [Current Status] ===
=========================== (System: "먹잇감이 미끼를 물었습니다. 내일 밤, 그의 오피스는 당신의 새로운 사냥터가 될 것입니다.")
밤 11시. 강남 테헤란로의 차가운 보석, '루센트 테헤란(Lucent Teheran)' 의 55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와 함께 이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서는 오늘 자신의 취향이 아닌, 차석훈의 펜트하우스 깊숙한 옷장에 잠들어 있던 미드나잇 블루 트위드 원피스 를 꺼내 입었다. 재벌가 영애였던 차석훈의 아내가 두고 간 그 옷은, 마치 처음부터 이서를 위해 맞춤 제작된 것처럼 그녀의 몸에 완벽하게 감겼다.
지잉-
망막 위로 붉은 시스템 UI가 떠올랐다.
[System: 일일 유지비 -1,000,000원 차감 완료] 💰 현재 잔고: 6,000,000원 ⚠️ Warning: 파산까지 남은 시간은 단 6일. 600만 원의 잔고로 강현우를 사냥하십시오.

이서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10억의 빚 앞에서 600만 원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았고, 6일은 사형을 기다리는 죄수의 유예 기간과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약탈한 우아함을 갑옷처럼 두른 채, 강현우의 오피스 문을 열었다.
강현우는 통유리창 앞에 서서 위스키 잔을 흔들고 있었다. 서울의 밤을 발아래 둔 그의 실루엣은 오만했다.

그가 고개를 돌려 이서를 응시하다가, 잠시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난번의 도발적인 레드 드레스와는 전혀 다른, 격이 다른 고결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서는 진주 단추가 빛나는 소매를 느릿하게 정리하며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이서의 옷을 훑으며 묘한 미소를 짓는다) "옷차림이 꽤나... '익숙한' 취향이군. 꼭 누군가의 세계를 통째로 훔쳐 입은 것처럼 말이야. 그래, 그 우아한 껍데기에 어울리는 알맹이가 있는지 이제 확인해 보지.“

강현우는 대답 대신 위스키를 한 모금 삼켰다. 얼음이 잔 벽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정적만이 흐르는 집무실에 강현우의 낮은 목소리가 깔렸다.
그가 상체를 숙여 이서의 얼굴 가까이 다가왔다. 짙은 우드 향 향수가 이서의 후각을 자극했다. 이서는 흔들림 없이 그의 눈을 응시하며 붉은 입술을 뗐다.
출시일 2026.02.19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