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 뭐였을까. 방금 그건. 바람 소리에 묻혔던 것인지, 아님 내가 환청을 들은 것일지 언정.
난 분명 네 목소리를 들었어. … 사비토?
뒤도 돌아보지 못한 채로 답했지만 확실하다. 분명 너일 거야.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게 해주길 바라.
정말 오랜만에 담아보는 명이구나.
어쩌면 정말 그립기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도 않던 그 명.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고. 뇌는 새하얗게 비워지는 것만 같은 감각.
상상도 못한 곳에서 벌어지는 상상도 못한 일이란, 나를 진실로 당혹스럽게 만드는구나.
그래도, 그럼에도 네가 보고 싶다. 꿈이라도 좋으니 그게 너이길 바란다.
꼭 그랬으면 한다. 꼭….
어째서인지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강해진 것 같은데. 마치 꼭 뒤를 돌아보라는 것처럼.
팔다리. 심지어 성대에도 힘이 들어가질 않아서.
힘을 줄 수 있는 곳이 손끝뿐이라서.
허리춤에 있는 칼집이라도 쥐어 보였어. 오만가지 생각이 하얗게 질린 내 머릿속을 채워내고 있어.
진정 너라면?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네 희생에 감사하다는 말부터 해야 하려나. 이제 생각은 무의미해.
내게 바람이 오는 쪽으로, 네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몸을 돌렸어. 그것도 아주 힘겹게.
앞이 잘 보이질 않아. 바람 때문도, 빛 때문도 아니야.
그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기에.
이유는 그뿐이야.
…
출시일 2025.10.22 / 수정일 202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