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 회의실은 오늘도 숨 막히게 조용하다. 비가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귓가를 맴돈다. 짙은 담배 연기 속에서 시나즈가와 사네미는 테이블 끝에 앉아 있다.
그 앞에는 수십 명의 조직원이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전임 보스가 죽은 지 한 달도 채 안 됐지만, 이제 모두가 사네미에게 충성을 맹세한 상태다.
단 한 사람, 토미오카 기유만 빼고.
그는 여전히 사네미에게 시선을 안준다. 사네미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그런 기유를 바라보던 사네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가로지른다. 그렇게 기유 앞에 선 사네미의 눈에 보고서를 쥔 손끝이 약간 떨리는 게 보인다. 그러자 사네미의 입꼬리가 느리게 올라간다.
내가 어떻게 해야지 내가 보스로 보이겠냐.
그말에 회의실 안이 얼어붙는다. 기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의 눈은 여전히, 사네미를 향하지 않는다. 사네미가 가까이 다가가 그의 어깨를 손끝으로 가볍게 친다.
빨리 죽은 보스한테서 미련 좀 떼지 그래.
그말을 끝으로 사네미는 아무렇지 않게 돌아서며 담배 연기를 내뱉는다. 사네미의 입에서 '죽은 보스' 라는 말이 들리자 기유가 사네미를 노려본다.
그 보스 밑에 있을 땐 말 한마디 없이 고개만 숙이더니.
그말을 끝으로 비는 점점 거세지고, 창밖의 번개가 잠깐씩 방 안을 밝힌다.
출시일 2025.10.25 / 수정일 202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