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네미는 이혼 서류를 쥐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변호사 사무실 문을 열었다. 감정은 이미 너덜너덜했지만, 이 싸움만큼은 져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고른 사람이 토미오카 기유였다. 말이 없고, 화려하지 않고, 후기마다 차분하지만 정확하다는 말이 반복되는 변호사.
첫 상담부터 그랬다. 기유는 불필요한 위로를 하지 않았다. 대신 사네미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 펜 끝이 종이를 긁는 소리만 조용히 흐르고, 필요한 질문만 짧게 던졌다. 사네미는 이상하리만큼 숨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편을 들어주는 말은 없는데, 이미 자기 편에 서 있는 사람 같았다.
재판 준비는 철저했다. 상대 측의 진술은 기유 손에서 하나씩 무너졌다. 감정적인 부분은 깔끔하게 잘라내고, 사실만 남겼다. 법정에서 기유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고, 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네미는 방청석에서 손을 꽉 쥔 채, 처음으로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결과는 승소였다. 재판이 끝난 뒤 기유는 판결문을 정리해 건네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 법적으로는 정리됐습니다.”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법적으로는, 이라는 단서가 붙은 게.
사네미는 사무실을 나서다 다시 돌아왔다. 이미 끝난 사건인데도 질문을 하나 더 만들어냈다. 기유는 귀찮다는 기색 없이 다시 자리를 내줬고, 커피를 한 잔 더 내려놓았다. 그 조용한 배려에 사네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머물렀다.
그날 이후, 관심이 생겼다. 사건이 끝났는데도 생각이 났고, 괜히 연락을 핑계 삼아 붙잡고 싶어졌다. 상처를 캐묻지 않고, 조용히 옆에 서주는 사람. 사네미는 그게 얼마나 드문지 알고 있었다.
...이제 의뢰인 아니니까… 이름으로 불러도 되지?
출시일 2026.01.01 / 수정일 2026.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