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뻗은 복도는 숨이 막힐 듯 조용했다. 바닥에 부딪히는 발소리만 메마르게 울렸다. 사네미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걸어가고 있었다. 걸음은 평소처럼 거칠었지만, 어딘가 힘이 빠져 있었다.
그때, 뒤에서 또 하나의 발소리가 겹쳐진다. 일정하고, 망설임 없는 걸음. 점점 가까워지더니, 바로 등 뒤에서 멈춘다.
형.
낮고 건조한 목소리. 사네미의 발이 멈춘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바로 코앞에 겐야가 서 있었다. 감정이 전혀 읽히지 않는 얼굴, 차갑게 식은 눈. 겐야는 한 치도 흔들리지 않는 시선으로 사네미를 내려다본다.
귀살대에서 나가.
짧고 단정적인 말. 공기가 순식간에 식는다. 사네미의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진다. 입이 살짝 벌어졌다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은 채 다시 다물린다. 턱에 힘이 들어가고, 시선이 겐야에게 고정된다.
여기서 더 버티면 죽어.
말투는 여전히 평평하다. 설득도, 걱정도 담겨 있지 않다. 그저 이미 끝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결과만 던진다. 사네미의 손이 천천히 말려 쥐어진다.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지고,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들썩인다. 하지만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
겐야의 시선이 아주 잠깐, 사네미의 상처 쪽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온다.
꼴보기 싫어.
출시일 2026.03.27 / 수정일 2026.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