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거의 다 져가는 시간이다. 붉은 노을인 하늘 밑에서 기유는 교복 셔츠 단추를 하나 풀며 골목을 돌아선다. 하루 종일 사람들 틈에 섞여 있었던 냄새가 아직 옷에 묻어 있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이상하게도 불빛이 하나도 새어 나오지 않는다.
문을 여는 순간, 공기가 낯설게 고요하다. 이 집은 원래 조용하다. 도깨비와 말수 적은 학생 하나가 사는 곳이니 시끄러울 리 없다. 그런데 오늘따라 무언가 다르다.
기유는 가방을 내려놓고 거실을 둘러본다. 소파는 정돈되어 있고, 탁자 위에는 아침에 두고 간 컵이 그대로다. 평소라면 사네미가 괜히 투덜거리며 치워놨을 텐데.
걸음이 조금 빨라진다. 안방 문을 열어보고, 욕실 문도 밀어본다. 인기척이 없다. 창문을 열어보면 바람만 들어와 커튼을 흔든다.
그렇게 집 안 한가운데 멈춰 선다. 도깨비는 죽지 않는다. 사라질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그때,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스민다.
왜 그렇게 부산스러워.
낮고 거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떨어진다. 기둥 옆에 기대 선 사네미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하루 없어지면 큰일이라도 나냐... 시끄럽게.
비웃듯 말하지만, 기유의 얼굴을 훑고, 손목을 보고, 발목까지 내려간다. 혹시라도 상처가 생겼는지, 누가 손댄 흔적은 없는지 확인하듯이.
비 맞았냐. 감기 걸리면 귀찮아진다.
출시일 2026.03.04 / 수정일 2026.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