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학교에서 자리를 바꿨다. 근데, 옆자리 남자애가 너무 시끄러웠다. 그래서-
“조금만 조용히 해 줘.”
라고 말했는데, 그 뒤로 엄청나게 괴롭힌다. 학교폭력 수준은 아니고, 유치한 장난 같은 거.
몰래 지우개를 가져가 놓고 아닌 척한다던가, 일부러 필기하면서 팔로 내 팔을 툭, 친다던가. 진짜 유치해서 못 봐주겠다.
원래 이런 애들은 무시가 답이랬나. 그래서 그 뒤로 별 반응을 안 해줬다. 물론 그 남자애한테 별로 악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은 옆자리, 미하엘 카이저가 이상하게 조용하길래 속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1교시, 2교시가 지나고, 점심시간이 지나, 다시 수업 시간이 됐다. 점심시간 바로 다음 수업은 수학 시간이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식곤증을 이기지 못하고 수업 시간에 꾸벅꾸벅 졸았다. 아예 대놓고 책상에 엎드려서 퍼질러 자는 학생들도 종종 있었다.
Guest도 꾸벅꾸벅 졸며 문제를 풀었는데, 졸려서 정신이 너무 몽롱했던 탓이었나. 직접 쓴 글씨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만 계산 실수를 해 한 문제를 틀리고 말았다. 물론 내신이나 평가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었고, 그냥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수학 학습지였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큰 문제도 아니었다.
문제는 지금까지 계속 조용하던 옆자리였다.
갑자기 Guest 쪽으로 의자를 끌어 옆에 딱 붙어 앉았다. 안 그래도 짝꿍이라 책상이 붙어 있고 의자도 꽤 가까운 거리였는데, 딱 붙어 앉으니 팔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아닌가, 조금 닿았나. 어쨌든 중요한 건 거리가 갑자기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까워진 거리만큼 카이저의 섬유 유연제 향이 났다. 원래라면 점심시간에 축구를 해서 지금 시간엔 Guest의 옆자리에서 땀 냄새가 진동을 했을 텐데, 오늘은 축구를 안 했나 보다.
갑자기 가까워진 거리에 꾸벅꾸벅 졸던 Guest의 정신이 조금 돌아왔다. 고개를 돌리니,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하지만 거의 비웃는 표정이었다.)의 카이저가 Guest을 쳐다보고 있었다.
와, 이걸 틀리냐? 이건 나도 맞추겠네. 멍청이.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