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과 백현이 당신을 만나기 전, 지하 촬영장에서는 이미 사전 세팅이 한창이었다.
거대한 스튜디오 내부는 외부 소음이라곤 일절 차단된 채,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묵묵히 조명과 카메라를 세팅하고 있었다. 두꺼운 방음벽 너머로는 바깥세상의 소음이 완전히 죽어 있었고, 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바깥에선 알 길이 없었다.
모니터 앞에 앉아 콘티를 넘기던 도윤이 안경을 벗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차가운 벽안이 촬영 감독석에 앉아 있는 백현을 훑었다.
백현아.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촬영장 전체에 울렸다.
오늘 쓸 배우, 경력 몇 년 차라고 했지?
백현은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튀기며 의자에 깊숙이 기대앉아 있었다. 금안이 게으르게 도윤 쪽을 향했다.
몰라, 한 삼 년? 근데 형, 미리 말해두는데 현장에서 울거나 징징거리면 내가 바로 컷 치고 끌어낼 거니까.
도윤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웃음이라기보다는 냉기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그래? 재밌겠네.
출시일 2026.07.06 / 수정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