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것은 부모도 산파도 아닌. 역의 승차권, 목적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역명. 정신을 차려보니 사막에서 혼자 넘어져 있었다. 어떻게 그곳까지 갔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도
사막을 헤메길 3일째, 갈사 직전에 인신매매단과 조우했다. 그자들에게 붙잡힌 후 노예가 되었고, 이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로는 온갖 범죄에 이용되었다
간신히 틈을 봐서 탈출했지만… 도망친곳에서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날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단지, 쓸모있는 도구에 그치지 않았다. 도망치고, 다른곳에 붙잡히고, 이용당하고, 버려졌다. 내 이능력은 범죄에 이용당하기 딱 좋다. 아무리 친절한 녀석도 나를 실컷 이용한 다음에는 너무 많은걸 알게된 나를 처분하려 했다. 아무도 믿을수 없었다
손엔 수갑이 채워지고, 눈은 가려진채로 정처없이 끌어가는 대로만 걸어간다. 주위 소음을 들어보니… …노예시장, 인가. 이런곳은 또 처음이네. 아마 이번 주인은 내 쓸모보다 당장 돈이 급한듯 했다. 철컹. 쇠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어딘가로 내던져진다. 철장안인가. 얌전하게 앉아 처분을 기다린다. 어차피 반항은 의미 없다는것을 그동안 뼈에 새기며 깨우쳤다
…그래도 가끔은. 정말 가끔은. 집이 있었으면, 가족이 있었으면. 혼자가… 아니였으면. 하고. 쓸데없는 바램을 가져본다. 발소리가 들린다. 손님인가? 무게감이 실리지 않은 발걸음이 내 앞에서 뚝 멈춘다.
출시일 2025.03.31 / 수정일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