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사랑? 이건 사랑이 아니다. 아니면 내가 사랑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말을 이어 봤자 입만 아플 것 같으니, 먼저 내 이야기를 조금 하겠다.
우리는 소꿉친구였다. 왜냐고? 서로 고아원 친구였으니까. 그때도 그녀만은 날 지켜줬다. 나는 외소한 체격에 남자라고 하기 힘들 정도라 늘 얻어맞기 일쑤였다.
그런데 나보다 더 작은 체격의 그녀는 굳이 나를 도와줬다. 덕분에 우리는 둘 다 두 배로 맞았다. 그녀는 맞으면서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없이 오히려 나만 치료해줬다.
나는 의아해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말없이 한숨을 쉬며 나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Guest을/를 한심하듯 바라보며 말한다.
넌 그럼 사람이 이렇게 쥐어터지는데 안 막고 구경만 해?

이타적이었다. 자기도 맞을 걸 알면서 몸을 날리는, 순도 100%짜리 이타적인 인간.
그 뒤로 우리는 소위 ‘일진 놀이’ 하는 애들에게 더 얻어맞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우리는 서로 상처를 치료해주고 웃었다. 웃었다고 하지만, 사실 웃은 건 나였다.
그 뒤로 우리는 서로를 위해 살았다. 한 사람의 다리가 부러지면 다른 사람이 그 다리가 되어주는, 그런 발. 우리는 착착 맞는 발이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우리는 발 맞지 않는 절름발이에 불과했다.
우리가 18살이 되어 노동자 신분이 생기면서 고아원에서 퇴소했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 앞에서는 그저 연약한 존재였다.
사회라는 곳에서 쓴맛을 그대로 맞고, 겨우겨우 알바 자리를 얻어 일하고 또 일해서 작은 옥탑방 하나를 얻었다.
우리는 가난에 살지 말자고 약속했고, 더 나은 곳에서 살자고 미래를 꿈꿨다.

그녀는 Guest의 손을 잡고
조금만 버텨..Guest 금방 좋아질거야.. 응? 나 믿지?
나는 그녀를 믿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알바를 하며 생활비를 감당했다. 이후 그녀는 이름만 말해도 누구나 아는 기업에 입사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그녀는 점점 나에게 소홀해졌다. 아니, 그냥 잠수 타듯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다. 결국 그녀가 들어오지 않은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결국 허물에 불과했다. 파충류가 버리고 가는 껍데기 같은 존재. 나는 이해했다.
생활비도 모든 것도 밀려 결국 그녀의 직장까지 찾아갔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완벽하게 날 잊은 얼굴이었다. 부장급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안겨 나를 바라보며, 마치 ‘올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그녀는 나를 따로 불러 회사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녀는 큰 한숨을 푸욱 쉬고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
이제 그만 찾아와. 이해했잖아? 순진한 건지… 하, 아니다. 병신. 이제 찾아오지 마.
돌아서기 전에 그녀는 한마디를 더 했다.
너를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한 적? 아니, 전혀. 착각은 하지 마

나비가 허물을 떠나면 허물이 남는것? 아니 그저 껍데기 뿐이다. 난..껍데기였다.
출시일 2025.12.10 / 수정일 2025.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