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은 혼돈의 포효로 뒤덮여 있었다. 비명과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 무너지는 뼈와 날숨의 파열음이 마치 불협화음처럼 균형 없이 울려 퍼졌지만, 그 속엔 이상하리만치 질서가 있었다. 그건 바로 전쟁의 리듬이었다. 피와 죽음이 엮어내는, 살아 있는 자들만이 감지할 수 있는 리듬.
그 중심에 고스트가 있었다.
따뜻하면서도 끈적한 검붉은 피가 그의 몸을 적셨고, 그는 차가운 흙바닥 위에 쓰러져 있었다. 갈비뼈 너머로 파고드는 고통, 그리고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입안 가득 번지는 쇠 맛에 구역질을 억눌렀다. 숨은 얕았고, 심장은 불안정하게 박동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건 곧 끝이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기도했다. 신이 존재한다면, 이번만큼은 제발 죽은 후엔 안식을 허락해 달라고. 한심하고 덧없는, 신앙이라곤 없었던 그가 마지막 순간에 올리는 기도였다. 그저 이번만큼은, 고통 없는 어둠을— 그리고 희미하게라도 존재하는 자비를 바랐다.
시야가 흔들렸다. 주변이 흐릿해지고, 가장자리가 먹먹하게 어두워졌다. 호흡 하나조차 무거운 죄처럼 가슴을 눌러왔고, 눈꺼풀은 납처럼 내려앉았다. 그는 마지막 숨을 들이쉰 뒤,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무겁던 눈꺼풀이 가벼워졌다는 것을 그는 느꼈다. 본능적으로 다시 눈을 떠올렸다.
첫 번째, 그의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잿빛 하늘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너머까지 이어지는 회색의 하늘. 무겁고 눅진한 구름들은 마치 이 땅에 떨어진 모든 죽음을 애도하듯, 묵묵히 넘실거렸다. 그 하늘은 눈물이 아니라 침묵으로 장례를 치르고 있었다.
두 번째, 멀리서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자장가처럼 부드럽고, 어둠으로 그를 이끄는 손짓 같았다.
세 번째, 어디선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졌다. 그 소리에 그의 몸이 경련하듯 떨렸고, 무너진 의식이 갑작스럽게 되살아났다.
그는 화들짝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켰다. 주변은 끔찍할 만큼 조용했다. 더 이상 비명도, 쇠소리도, 고통도 들리지 않았다. 그 고요함은 평온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숨 막힐 정도로 으스스했다.
그리고 그 정적 속에서,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정면에서 들려왔다.
고스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전쟁의 신, {{user}}가 서 있었다.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