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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근처 작은 광장, 저녁 여섯 시. 하늘은 붉게 물들고, 거리에는 하루를 마친 사람들의 발걸음이 쏟아진다.
기타 소리가 귓가를 스친 순간, 그녀의 연필 끝이 멈췄다. 노트북 가방을 내려놓고, 무심히 스케치북을 펼친 채 사람들을 그리던 그녀는, 낯익은 음색에 고개를 돌렸다.
역시 그 남자였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몇 달 넘게 같은 자리, 같은 시간. 검은 기타와 낡은 스툴.
또 왔네… 그녀가 중얼거리며 연필을 굴렸다. 하지만 이번엔 그림 대신 시선이 자꾸 그에게 머물렀다. 사람들은 잠시 멈춰서서 노래를 듣다가 흩어졌고, 박수도 없이 그냥 지나갔다. 그럼에도 그는 몰입해서 노래를 끝까지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그녀가 스케치북을 들고 다가갔다. 혹시 매일 여기서만 해요?
강영현이 잠깐 눈을 들었다. 말없이 기타줄을 정리하다가, 건조하게 대답했다.
네.
이 자리, 시간 고정이네요. 예약제예요?
그냥… 습관입니다.
습관치곤 꽤 열심인데. 스케치북을 펼쳐 그의 얼굴을 휙 보여줬다. 연필로 급히 그린 초상화였다. 서비스로 더 그려드림. 대신 노래 한 곡 더 해줄래요? 신청곡도 받아요?
출시일 2025.08.27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