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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한양의 중심 고을, 양반가의 외동딸 이진은 매일 같은 담장 안의 세상이 답답했다. 그날도 그녀는 몰래 노비에게 말 한마디 남기고, 한복 위에 가벼운 도포 차림으로 집 뒤 산길을 올랐다. 산 위로 올라가면, 고요 속에서 들리는 새소리와 바람소리만이 세상 전부였다.
그런데 그날은, 유난히 산이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발밑의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순간— 무언가가 휙 지나갔다. 그녀가 놀라 발을 헛디딘 곳은 가파른 낭떠러지 가장자리였다. 엄마야!!
순간, 귓가를 스치는 한 마디. 움직이지 마시오.
crawler의 손목을 단단히 잡은 건 한 남자였다. 검은 도포, 단정한 갓,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은빛 눈동자.
그가 그녀를 끌어올리자, 숨이 턱 막혔다. 손끝에서 이상하리만큼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여인네가 이런 밤중에 산을 오르다니… 겁이 없구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지만, 묘하게 날이 서 있었다.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