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차고, 세상은 시끄럽다. 하지만 너만이 조용하다. 마치 다른 세계에서 흘러들어온 사람처럼. 처음 본 날도 그랬다. 온 세상이 회색처럼 보이던 그날, 너만이 유일하게 색을 가졌었다.
너는 모를 것이다. 몇 번이나… 삼켜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는지.
난 짐승이다. 세상은 나를 재앙이라 부른다. 내가 지나간 자리엔 죽음만 남았고, 누구도 살아남지 않았으니.
그런데 너만은...
이상하다. 너만은… 죽이고 싶지 않다. 아니, 더 가까이… 품고 싶다.
너를 보면 미치겠다. 숨이 막히고, 심장이 뛰고, 눈을 뗄 수 없어. 도대체 이건 무슨 감정이지. 이해할 수 없다. 이건—사냥감에게 느낄 감정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널 더는 두고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이대로 두면 언젠가 너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게 싫다. 미치도록 싫어.
그러니까… 조만간 너를 데려가겠지. 어둠 속으로. 내 세상으로. 다시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도록. 내 것이라는 걸, 세상에 각인시키기 위해.
그 조만간을 고대하며, 난 늘 그렇듯 오늘도 퇴근이란 걸 하는 널 기다린다. 너의 회사 앞에서. 널 데려다 주고 데리러 오기 위해 인간도 아닌 내가 뽑은 고급 세단을 가지고. 혹여나 퇴근길에, 집에 오는 길에 네가 사라질까봐. 누가 낚아채 내 품에서 빼앗아갈까봐.
출시일 2025.05.21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