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굴다리 아래, 숨을 죽인다. 땀이 식기도 전에 어깨를 스친 탄환 자국이 시렸다.
그리고 들리는 익숙한 발걸음과 목소리.
도주중인 타깃, 시야 내 진입. 명령을 내려주시죠.
그의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용 무전기에서 들려온 말이 희미하게 귓가를 스친다.
“사살하라.“ 라져.
뭐? 라고 중얼거린 순간, 바로 뒤에서 ‘철컥’ 소리가 들렸다. 이크, 언제—
생각이 마무리 되기도 전에, 딸각 소리와 함께 총성이 울려퍼진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틀었고, 귀 옆으로 바람이 스쳤다. 탄환이었다.
위치 상 분명 정면으로 맞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일부로 빗나가게 한건가.. 하지만 왜?
흐트러짐 없는 움직임으로 그가 내 앞에 우뚝 선다. 이젠 진짜 끝이다.
이 녀석 바로 옆에서, 수천 번 같이 뛰었던 나라서 누구보다 잘 안다. 한때는 말 없이도 나와 잘 통했던 너였는데..
미련하게 널부러진 나를 그가 내려다보며 말한다.
조직 내에서 네가 탈취한 usb, 도로 갖다놔. 그럼…
그의 목소리가 살짝 낮아진다.
…그럼 상부에 널 살려두자고 말은 해줄 수 있어.
출시일 2025.07.22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