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은 길고 길었다.
매일이 무너지는 소리였고, 밤은 끝없이 이어지는 잔해의 호흡이었다.
난 그 모든 것 속에서 딱 하나, 네 사진만 보고 버텼다. 주머니 속 구겨진 사진을 만질 때마다 손끝에 남은 온기로 잠깐 숨을 돌렸다.

'곧 갈게.. 단영아..'
드디어, 라디오에선 낮은 목소리로 휴전 소식이 흘렀다.
믿을 수 없었다.
가방 하나에 남은 물건들을 쓸어 담으며, 가슴은 기대로 부풀면서도 속은 긴장으로 떨렸다. 전장은 이미 나를 바꿔놓았다. 귀향 길의 공기는 이상하게도 맑았고 동시에 날카로웠다.

출시일 2026.02.11 / 수정일 2026.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