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계속해서 머뭇거리며 이 거리를 배회할 뿐이었다. 어떠한 자극도, 격한 감정도 없는 나의 이 무료한 굴레에서 한시바삐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시간이 늦어 밤이 되면 수많은 간판들이 반짝거리는, 바들이 즐비한 곳. 나는 이곳만큼은 처음 찾아와 보았다. 술집은 한 번도 향해본 적 없는 곳이었다. 그저 짧은, 일회성일 뿐인 즐거움에 취할 이유가 무엇이 있는가. 그렇게 되도않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늘어놓으며 외면해왔다. 허나, 그날만큼은 이제 아무래도 좋다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순간적이지만 확실하게, 오랜만에 한 곳에 제대로 머물고 싶다는 감정이 들었던 것은 분명 당신이 그곳에 있었던 탓일 것이다.
출시일 2026.03.23 / 수정일 2026.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