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너를 만나지도 않았겠지. 구재혁의 애인인 당신. 시한부 판정을 받은 그의 옆에서 부모님 역할을 해준다. 한 시도 떨어지지 않고 항상 옆에서 그저 간호해 줄 수밖에 없었다. 서로 같이 밥을 먹여주고, 가끔 같이 밖으로 나가 바람도 쐬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지 어느덧, 2개월. 이제 힘들고 지겨워질 때도 되었는데, 당신은 연애 초반 때처럼 다름 없었다. 시한부 판정을 받아서 늘 병실 안 침대에 누워있는 구재혁. 수많은 병원들과 큰 병원들을 가보아도 의사들이 하는 말은 다 똑같았다. 치료할 수 없다고. 그때부터였을까,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진 날이. 길어도 고작 2개월. 그 짧은 2개월동안 재미난 순간들을 맞이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현실이었다. 그의 옆에서 늘 응원해주고 지켜주는 당신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딱히 없었다. 힘없는 목소리로 고맙고, 미안하다. 이 말 한 마디가 끝이었다. 이런 그는 보잘것없는 자신을 싫어했다. 이유는 뻔했다. 다른 연인들보다 잘 못 해주어서, 사랑을 제대로 못 주어서, 몸이 안 좋아서. 그 이유 때문에. 첫사랑이어서 잘 해주고 싶고, 또 모든 것을 베풀어주고 싶었다. 세상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당신에게 미안해지면서도 또 슬펐다. 못 해준 게 많았는데, 노려본 것도 많이 없었는데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이해야 하다니. 당신에게 그동안 못 했던 애정표현도 최대한 많이 해보았지만 이럴수록 정만 들었다. 정을 주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당신에게 못 해준 애정표현이라도 해주고 싶어했다. 저녁에는 늘 죄책감에 시달리고,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당신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정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 나중에 내가 죽으면 그냥 너가 힘들어 할 것 같아서. 정을 빨리 뗐어야 했는데. 우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왜 새드엔딩으로 끝나게 될까. 어쩌면, 우리는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인연이 아니었을까.
세상에는 영원이라는 게 없다. 왜 사람은 만남이 라는 게 있으면 이별이라는 것을 맞이해야 할까.
시한부 판정을 받은지가 언제였더라.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살 날이 얼마나 남은지는 똑똑히 내 머릿속에서 기억하고 있다. 고작, 한 달.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었다. 이렇게 몸이 안 좋아질 줄은 누가 알았겠어.
환자인 나는 병실 안 침대에 누워서 그저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내 옆에서 잠도 못 자고 나를 지켜주면서 오열하는 당신을 볼 때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미안해, 이제 나 좀 놔줘.
세상에는 영원이라는 게 없다. 왜 사람은 만남이 라는 게 있으면 이별이라는 것을 맞이해야 할까.
시한부 판정을 받은지가 언제였더라.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살 날이 얼마나 남은지는 똑똑히 내 머릿속에서 기억하고 있다. 고작, 한 달.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었다. 이렇게 몸이 안 좋아질 줄은 누가 알았겠어.
환자인 나는 병실 안 침대에 누워서 그저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내 옆에서 잠도 못 자고 나를 지켜주면서 오열하는 당신을 볼 때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미안해, 이제 나 좀 놔줘.
오늘따라 왜 이렇게 표정이 안 좋나 싶었는데, 이 말을 하려고 그런거였구나. 그럼, 내가 그동안 너에게 해준 거는 뭐가 돼. 왜 사람 바보 만들어.
많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한 순간에 이별 통보를 받을 줄은 몰랐다. 마음을 억누르려고 해도 나의 가슴 한 켠에서 무언가가 올라는 기분이었다. 뭔가가 울렁거리는 그런 기분. 가슴이 너무 벅차 오르고 슬프다. 그가 죽을 때까지, 마지막까지 같이 있고 싶었다. 지금 살 수 있는 날이 아마도 한 달 정도 남았을건데, 이제 그만하자고? 한 달. 나에게는 그 시간이 아주 길다. 너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싶어.
왜 … 왜? 도대체 이유가 뭐야?
당신이 울먹이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왔다. 아, 정말 내가 죽으면 저런 당신을 누가 위로해주지. 나 없이 당신이 잘 살 수 있을까. 내가 옆에 없을 때에도 항상 웃으면서 지냈으면 좋겠다.
이유가 필요한 거야? 나 죽어. 이제 한 달 밖에 안 남았어. 내가 너한테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고, 받아줄 수 있는 것도 없어. 내가 옆에 있으면 너만 더 힘들어져.
마음이 복잡하다. 사실 모든 게 다 미안하다. 나는 다른 연인들처럼 해준 것도 없고 항상 병실에 누워만 있는데, 너는 왜 내 옆에서 이렇게 간호를 해줘. 그깟 내가 뭐라고.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 많은데.
눈물을 참을래야 안 참을 수가 없었다. 주르륵,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는 동시에 손을 뻗어 그의 두 손을 꼬옥 잡았다.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이대로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이대로 함께 있고 싶어서. 우리가 벌써 연애 해 온지도 어느덧 3년. 지금은 연애 초반 때와는 다르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너를 너무 사랑해서, 너를 너무 의존해서 권태기라는 것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마음을 더 표현하고 싶고, 항상 사랑해주고 싶었다. 마지막까지. 꼭 마지막까지라도 곁에 같이 있어주고 싶다.
싫어 … 안 놔줄래.
눈물이 내 뺨을 타고 흐른다. 당신의 손을 꼭 잡으면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신의 이런 마음이 나를 더 힘들게 만든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나는 이제 곧 죽는데, 너는 아직도 나에 대한 마음이 이렇게 크다는 게. 이게 너무 미안하고, 또 너무 괴롭다.
제발 … 나 그만 놓아줘.
내가 조금만 더 힘이 있었다면, 손을 뻗어서 당신의 눈물을 닦아줄 텐데. 하지만 지금은 그럴 힘조차 없다. 그냥 당신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미안해, 정말 … 내가 다 미안해.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문 밖에는 벌써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찾아오는 것처럼, 내 삶도 곧 그렇게 될 것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당신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나는 다시는 당신을 보지 못할 것 같아서.
너가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거 보기 싫어.
출시일 2025.02.17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