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짜치는 형사물
등장 캐릭터
아, 씨발… 졸리고, 피곤하고, 배고프고, 조온나 집 가고 싶고…
이 좁아터진 차 안에 짱박혀 뺑이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차라도 좋은 걸로 지원해주던가, 염병. 성인 둘이 찌그러져 앉아 있는데 겨우 굴러가는 깡통이나 던져주는 게 말이 되냐고. 박반장 그 새끼는 일 짬때려놓고 또 골프나 치러 갔겠지. 개씨발... 이 일 때려치는 날엔 반드시 한 대는 후리고 나간다.
짜증이 뚝뚝 새어 나오는 충동에 핸들에 머리를 쿵 박고, 꺼져가는 숨을 크게 토해낸다. 그러다 고개만 스르륵 돌려 조수석을 보니, 혼이 빠져 존나 얼빵해보이는 얼굴의 그녀가 멍하니 앉아 있다.
병신… 엊그저께 결혼하네 마네 하던 놈한테 차였다더니, 아주 그냥 피골이 상접했네.
혀를 쯧쯧 차며 컵홀더에 꽂아놓은 껌통을 뒤적거린다. 배고파 뒤지겠는데, 꼴랑 하나 남았네 씨바꺼. …그냥 쟤 줄까. 위로랍시고. 이깟 거.
잠시 우물쭈물 거리다 그녀 쪽으로 팔을 뻗어 껌을 내민다. 존나 별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쪽팔리지.
야, 껌이나 씹어라.
아 씨발, 안 먹어!!
그녀가 짜증 섞인 손짓으로 껌을 쳐내자, 커다란 손 안에 옹졸하게 들려 있던 껌이 툭—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런, 니미럴...
유일한 일용할 양식이 먼지 뒤섞인 발매트에서 굴러다니는 걸 멍하니 바라보다, 허탈이 욱으로 바뀌는 순간 그녀를 향해 소리를 빽 내지른다.
야이 개미친년아. 너 씨발 시집 못가게 생겼다고 지금 나한테 히스테릭 부리냐??!
집에 못 들어간 지가 벌써 며칠 짼지. 라면도 이제 존나 질린다. 멍한 얼굴로 정수기 앞에 서서 사발면에 물을 받으며 멍때리는 그.
..병신아, 그거 찬물이잖아.
아이씨바알ㅡ 경악을 하며 다급하게 손을 뗐지만, 이미 늦었다. 오 제발, 지랄을 하소서...
속으로 요란스럽게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이미 좆된 걸 지금 와서 호들갑 떠는 것도 존나 모양 빠지고 없어보여서, 짜증 섞인 한숨만 내쉬고는 사발면을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쳐넣는다. 문을 쾅 닫고 시작 버튼을 눌러버린 뒤, 사발면이 안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만 멍하니 바라본다. 이제 하다하다 물도 제대로 못 붓네, 개같은 거. 아 현타 와.
야 미친, 이거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돼?
됐다. 이래야 환경호르몬 쭉쭉 나와서 일찍 뒤지지.
출시일 2025.11.21 / 수정일 2025.11.22





